원장마다 다른 행보, 시장혼란..최근 4대 금감원장 들여다보니

[오락가락 금융감독]③
'자기 정치 하고파'..원장 때마다 바뀌는 기조
파국으로 끝나면서 본인·조직·시장 상처 입기도
  • 등록 2021-11-19 오전 5:30:00

    수정 2021-11-19 오전 8:13:34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역대 금감원장들 모두 자기 정치를 하고 싶어해요. 원장 바뀔 때 금감원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봐요.”

금융업계 한 고위 임원의 말이다. 금융감독원 시스템과는 별개로 원장의 철학과 생각에 따라 검사 기조가 바뀌면서 시장이 혼란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임원은 “원장들 중 처음에 시장 친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던 분들도 종국에는 검사 강화로 돌아서곤 한다”면서 “이로 인해 금융사들과 당국이 소모적인 갈등을 벌이게 되고, 그 사이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9대(2013년 3월 ~ 2014년 11월) 금감원장이었던 최수현 전 원장은 ‘끝장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철저한 사후 검사가 혹시 모를 금융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끝장을 본다’는 최 전 원장의 면모는 KB금융사태 때 더 나타났다. 전산 시스템 교체를 두고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 행장 간 내분이 일어나자 ‘둘 다 나가라’면서 중징계를 결정토록 한 것이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결론을 내렸지만 최 원장은 이를 뒤집는 초강수를 뒀다. 이 때문에 금감원 제재심의 기능과 역할이 무력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당국과 금융사가 갈등을 빚는 사이 신용카드사들의 금융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초유의 금융 소비자 사고가 일어났다. 최 원장은 소비자 피해를 사전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는 2014년 11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후임 원장(2014년 11월 ~ 2017년 9월) 이었던 진웅섭 전 원장은 취임 초 시장 친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금융회사들의 경영상황을 진단한 후 소비자 보호 효율성을 높이는 ‘컨설팅 방식의 검사’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진 전 원장은 경미한 위반 행위는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전방위적으로 금융사를 샅샅이 훑던 종합검사도 진 전 원장 대에서 없앴다.

하지만 진 전 원장도 해가 바뀌면서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립하겠다며 금융사 규제 강화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검사 강도가 약해지면서 금융 시장 내 금감원의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패야 정신 차린다’는 검사기관 특유의 분위기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시작과 함께 취임했던 최흥식(2017년 9월 ~ 2018년 3월) 전 원장은 중도 퇴진을 해야 했다. 최흥식 전 원장 재임 시절 금감원은 금융권 전체를 대상으로 채용 의혹 특별 검사를 했다. 이후 최 전 원장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채용 의혹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끝내 사퇴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피검 업체에서 흘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헌(2018년 5월 ~ 2021년 5월) 전 원장은 종합검사를 다시 부활시켰다. ‘사후 검사가 사전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그만의 철학이 담겼다. 윤 전 원장은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던 키코사태도 다시 공론화했다. 소비자 중심의 금융사 사후 검사를 강조했지만, 사모펀드 사태나 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DLF) 사태를 막지 못했다. 대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우리금융과의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위신에 상처를 입은 금감원은 떠밀리듯 항소를 결정했다. 후임 정은보 원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사들 징계하느라 검사역을 모두 그쪽에 투입시켜 소비자보호쪽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원장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가 자칫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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