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한 고위 임원의 말이다. 금융감독원 시스템과는 별개로 원장의 철학과 생각에 따라 검사 기조가 바뀌면서 시장이 혼란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임원은 “원장들 중 처음에 시장 친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던 분들도 종국에는 검사 강화로 돌아서곤 한다”면서 “이로 인해 금융사들과 당국이 소모적인 갈등을 벌이게 되고, 그 사이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9대(2013년 3월 ~ 2014년 11월) 금감원장이었던 최수현 전 원장은 ‘끝장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철저한 사후 검사가 혹시 모를 금융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끝장을 본다’는 최 전 원장의 면모는 KB금융사태 때 더 나타났다. 전산 시스템 교체를 두고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 행장 간 내분이 일어나자 ‘둘 다 나가라’면서 중징계를 결정토록 한 것이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결론을 내렸지만 최 원장은 이를 뒤집는 초강수를 뒀다. 이 때문에 금감원 제재심의 기능과 역할이 무력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독당국과 금융사가 갈등을 빚는 사이 신용카드사들의 금융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초유의 금융 소비자 사고가 일어났다. 최 원장은 소비자 피해를 사전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는 2014년 11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진 전 원장도 해가 바뀌면서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립하겠다며 금융사 규제 강화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검사 강도가 약해지면서 금융 시장 내 금감원의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패야 정신 차린다’는 검사기관 특유의 분위기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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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사들 징계하느라 검사역을 모두 그쪽에 투입시켜 소비자보호쪽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원장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가 자칫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