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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4월만 해도 개인 일평균 거래 비중은 68%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58.2%까지 하락했다.
개인 비중이 줄고 전체 거래대금이 감소한 건 경기 모멘텀 부진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은 “시장이 약하니 거래대금이 줄고 개인 매수세 역시 약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에 남은 개미…순매수 강도 높을수록 수익률↓
국내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열정이 시들해진 것은 부진한 수익률 때문이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종가 기준 개인 순매수 강도가 10% 넘는 코스피200 종목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5.2% 하락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강도는 시가총액 대비 얼마나 많이 사들였나를 말한다. 순매수 강도가 코스피 200 중 31%로 가장 높은 종목은 LX홀딩스(383800)로 상장 시가 대비 지난 9일 종가 기준 29.9%가 하락했다. LX홀딩스는 지난 5월2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반면 순매수 강도가 낮을수록, 즉 개인이 판 종목들은 주가 수익률이 양호했다. 순매수 강도가 가장 낮은 종목은 아시아나항공(020560)으로 마이너스(-) 12%인데, 주가 상승률은 12.7%을 기록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14%와 9%인 코스맥스(192820),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수익률은 각각 25.08%, 78.1%로 집계됐다.
사라진 개미…신고가 찍는 암호화폐 시장에 몰렸다
코스피가 서서히 식어가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으로 옮겨갔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화끈한 수익률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으로 9일 비트코인은 6만7808달러, 이더리움도 4822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바 있다. 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 반면 암호화폐의 경우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3대 지수도 최근 사상 최고치 수준까지 올랐다. 9일(현지시간) 조정을 보이긴 했지만 8일까지 연일 오르며 S&P500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넘어섰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신기록 달성 중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매도금액은 이달 들어 9일까지 103억2700만달러를 기록, 10월 한달 수치인 259억1076만달러의 절반 가까이를 달성했다. 이대로라면 이달 300억달러를 넘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 398억달러를 보인 이후 최대다.
코스피는 당분간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큰 만큼, 동학개미의 이탈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내년 전망을 보면, 대부분 미국의 긴축 전환과 경기 사이클의 하락세를 짚으며 코스피 밴드를 3400 안팎으로 잡고 있다”며 “올해 장중 3300에 도달한 걸 감안하면 박스권에 머문단 얘기이기도 하고, 어떻게 풀릴지 잘 모르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은 이렇게 어려운 장세에 남아 있을 수 없고, 가상화폐로 몰리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에게 보다 친화적인 시장 여건을 마련할 만한 정책적 여지는 많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국내 양도세와 관련해서 장기보유 세제 혜택 등 부분에 개인투자자에게 친화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직접 매매가 주된 형태인 부동산이나 암호화폐 시장과 달리 주식은 간접 매매가 가능한 상품들이 많은 만큼 보다 혜택을 줄 만한 정책적 여지는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장점”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