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는 작년말 발표한 3차 긴급재난지원금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 구직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사업 예산으로 2159억원을 편성했다. 해당 사업은 지급한 돈이 35억원(집행률 1.7%)에 불과하다.
해고 대신 휴업·휴직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주에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으로 9132억원을 배정했지만 여지껏 집행한 돈이 1637억원(17.9%)뿐이다. 급하게 사업을 마련하다보니 지원대상인지 적격 여부를 가려내고 지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심사가 늦어진 탓이다. | 지난달 28일 열린 제2차 고위 당정 협의회 참석자들이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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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위한 4차 재난지원금 편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3차 재난지원금 실집행률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행정력 부족으로 인해 재난지원금 지급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강조하는 4월전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3차 재난지원금(9조 2129억원)의 실집행액(2월15일 기준)은 5조 2494억원, 실집행률은 57.0%로 조사됐다. 정부는 설 명절(2월12일) 전에 90% 이상 지급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이 재난지원금을 손에 받아든 비율을 뜻하는 실집행률은 절반을 겨우 넘기는데 그쳤다.
심지어 작년 9월에 발표한 2차 재난지원금(7조 7465억원)도 아직 지급이 끝나지 않았다. 2차 재난지원금은 작년말 현재 실집행률이 86.7%(6조 7166억원)으로 나타났다. 2차, 3차 재난지원금중 지원금 집행업무를 맡고 있는 지자체나 관계기관 계좌에서 잠자고 있는 돈이 5조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집행이 지지부진한데도 4차 재난지원금에 포함된 사업들도 많다. 당정은 이번 추경안에는 실집행률 17.9%인 고용유지지원금에 2033억원, 실집행률이 1.7%에 그친 국민취업지원사업에 1203억원을 추가했다. 0.1%만 집행한 방문·돌봄 종사자 지원금에도 309억원을 추가했고, 의료기관 등의 손실보상 사업은 실집행률이 31.5%에 그쳤지만 이번에 6500억원을 또 편성했다.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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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처는 기존 사업들의 효과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신규 사업은 실효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부른 노점상 지원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전제하고 있어, 자발적으로 참여할지 미지수다. 버팀목플러스자금 200만원을 지원하는 경영위기 소상공인의 경우 대상 업종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는 오는 18~19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여당은 전세버스 기사 등 지원 대상 추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야당은 추경 사업의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해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추경 사업 예산을 다 쓰지도 않았는데 일자리 예산에 올해 31조원을 편성하고 추경까지 또 추진하려고 한다”며 “중복됐거나 낭비성 예산을 삭감하는 등 조율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