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에서 세종은 41살 때부터 임질을 앓는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현대 의학에서 임질은 임균성요도염으로 성매개성질환의 하나이다. 그런데 임금이 “내가 성병을 앓고 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의가 임금의 대변을 맛봐서 건강을 확인하던 조선시대였고, 왕후를 비롯한 후궁들에게 임질을 옮겼다는 기록도 없다.
세종은 자신의 증상을 “병이 나았다가 다시 발작한다”, “성질을 내면 통증이 즉시 발작한다”, “말을 타고 행차했는데 병이 도졌다”라고 이야기한다. 조선시대의 임질은 성병만이 아니라,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통증 등의 증상이 있는 모든 상태를 아우르는 용어였다. 정황과 증상으로 볼 때, 세종의 임질은 만성전립선염일 가능성이 크다.
생활습관의 교정과 따끈한 물에 엉덩이를 담구는 좌욕이 도움이 되는데, 세종은 온천을 즐겼다. 온좌욕은 골반근육을 이완시켜고 혈액순환을 증가시켜 통증과 염증, 부종을 줄여 증상을 완화시킨다. 주 1-2회의 전립선마사지도 효과가 있는데, 조선시대에 감히 임금의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을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의원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로 논란이 되었지만 훈민정음은 세종이 친히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어벤져스’를 다큐멘터리로 보지는 않을 것이니 영화에서는 재미를, 의학칼럼에서는 건강지식을 얻으면 된다. 이 칼럼 역시 다양한 세종대왕의 지병설 중 하나를 비뇨기과적으로 재구성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