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청소기 다음은 로봇청소기?..업계 경쟁 속 시장 ‘꿈틀’

''세컨드 가전'' 불과했던 무선청소기, 유선청소기 밀어내
로봇청소기도 AI와 센서부터 흡입력과 배터리 등 개선
"기술 발전에 소비자 만족도 높아져..업계 경쟁 치열"
생활 방식·주거 환경 변화 맞물려 시장 확대 전망
  • 등록 2019-05-14 오전 5:00:00

    수정 2019-05-14 오전 5:00:00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파워봇’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최근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은 무선청소기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세컨드(second) 가전’에 불과했다. 유선청소기와 비교해 약한 흡입력과 짧은 배터리 기능의 한계로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기동성 등 장점에 시장 가능성을 본 업체 간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단점을 차츰 극복했다. 그 결과 최근 들어서는 사실상 유선청소기를 밀어내고 ‘메인(main) 가전’으로 우뚝 섰다.

무선청소기에 이어 로봇청소기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진화한 인공지능(AI)을 탑재해 ‘똑똑한 청소’를 실현하면서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무선청소기 관련 기술 개발 경쟁의 결과물이 로봇청소기까지 반영되면서 흡입력과 배터리, 청소 기능 등 보완에 따라 수요가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1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A리서치는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가 2009년 5억600만달러(약 5990억원)에서 2016년 20억달러(약 2조3682억원)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2020년에는 30억달러(약 3조5514억원)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 판매량도 2008년 약 3만6000대 수준에서 2015년 약 13만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약 30만대 규모까지 급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역시 지난 5년간 로봇청소기 시장이 연평균 51%나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무선청소기가 유선청소기를 밀어내며 청소기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가운데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로봇청소기는 2000년대 초반 유럽과 미국 등 가전 업체가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2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유선청소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흡입력과 내구성, 짧은 배터리 수명 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또 빈약한 운전 기능으로 주변 환경을 잘못 인식해 사각지대에 갇히거나 누워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빨아들이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사용자 만족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AI와 센서 기술 발전이 로봇청소기 시장에 반전을 가져왔다. 진화한 AI 기술을 통해 로봇청소기가 자신의 위치를 기억·학습·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 효율이 대폭 높아졌다. 기존 카메라 방식 대신 정확도가 높은 센서 방식 확산으로 로봇청소기가 가구 등 장애물 위치를 파악하고 적절한 경로를 스스로 설정할 정도까지 똑똑해졌다. 음성인식으로 간편하게 로봇청소기를 조작하거나 어플리케이션으로 청소 구역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사용자 만족도가 높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무선청소기 기술 발전과 맞물려 로봇청소기 흡입력과 배터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기본적인 청소 기능 강화에 따라 시장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초기 제품이 장난감 수준이었다면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기존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진화했다”며 “특히 최근에는 저가 제품조차 고사양 AI 기능을 대부분 탑재해 수준 높은 청소 성능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선청소기를 두고 업체 간 기술 경쟁이 낳은 개선된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이 로봇청소기에도 영향을 주면서 사용자 사이에서 ‘이 정도면 믿고 쓸 수 있겠다’는 좋은 반응이 나온다”고 부연했다.

실제 LG전자(066570)가 지난해 5월 출시한 로봇청소기 ‘코드제로 R9 씽큐’는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과 동일한 고사양 모터를 탑재해 최대 90분까지 강력한 흡입력을 유지하며 청소할 수 있다.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고사양 모터를 로봇청소기에 고스란히 적용해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코드제로 R9 씽큐는 AI 기술을 통해 먼지가 많은 곳 등을 스스로 파악해 흡입력을 높이고 상황에 따라 브러시와 주행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갖췄다. 의자 다리 정도의 얇은 장애물도 피해갈 수 있는 수준의 3D 센서로 주행성능도 대폭 높였다.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2월 출시한 로봇청소기 ‘파워봇’ 역시 무선청소기 영향으로 뛰어난 흡입력과 긴 배터리 사용시간을 자랑한다. 파워봇은 △전방 장애물을 인식해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회피하는 ‘풀뷰(Full View) 센서’ △리모컨의 레이저 포인팅을 통해 원하는 지점을 청소하는 ‘포인트 클리닝’ △바닥 소재에 따라 흡입력 세기를 조절하는 ‘바닥 자동감지 청소’ 등 각종 청소 기능을 갖췄다. 278mm의 넓은 브러시를 분당 최대 1150회 회전시켜 바닥에 붙어 있는 먼지를 띄운 뒤 강력한 흡입력으로 구석까지 말끔하게 제거한다. 기존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바닥을 인식하는 센서를 추가로 채용해 청소할 공간의 구조를 보다 정확하게 ‘매핑(Mapping)’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여기에 무선청소기 시장 선두주자로 꼽히는 다이슨은 물론 밀레와 아이로봇, 유진기업을 비롯해 중국 샤오미와 에코백스 등 여러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 로봇청소기를 내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맞벌이와 1인 가구, 반려동물 가구 등 증가에 발맞춰 로봇청소기 시장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AI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등 관련 기술 발전에 따른 성능 개선이 꾸준히 이어지며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로봇청소기의 경우 소비자에게 가사 노동을 확실히 덜어줄 수 있다는 인식을 주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소비자 생활 방식과 주거 환경 변화로 생활가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로봇청소기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로봇청소기 ‘코드제로R9 씽큐’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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