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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수원시 광교테크노밸리 내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만난 구보성 엠비디(MBD) 대표는 자체 개발한 3차원 세포배양 및 맞춤형 약물 선택 장비 ‘ASFA’에 대해 “정보과학(IT)과 생명과학(BT)의 융합”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15년 설립해 이제 만 4년 차 신생 벤처기업이다. 업력은 짧지만 구 대표를 비롯해 대다수 연구원이 대기업 연구원 출신이다. 해당 기업이 관련 연구를 접기로 결정하자 이를 지속하기 위해 연구원들끼리 의기투합해 회사를 만들었다. 그동안 30여 건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의학적 근거 축적과 동시에 각 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암세포를 인체와 유사한 환경에서 키워 항암제 투여 전 최적의 항암제 조합을 미리 찾는 것이다. 이 회사는 둥근 배양판(플레이트)이 아닌 기둥 형태의 3차원 구조체에서 세포를 배양하는 법을 개발했다. 구 대표는 “평면 플레이트를 쓰면 무거운 세포 성분은 중력에 의해 아래로 가라앉는다”며 “지방조직 등 세포 주변의 구조물을 덩어리 채로 세포와 함께 키우면 실제 몸속의 세포와 유사한 환경에서 세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할 때 암 조직의 유전자를 분석해 돌연변이 여부를 파악한 후 이에 맞는 표적항암제를 썼다. 문제는 표적항암제가 듣는 환자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구 대표는 “특정 유전체의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해당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들은 약을 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유전자와 유전자가 든 세포의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채 약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SFA는 532개의 미세한 구조체에서 암세포를 키운다. 여기에 조합을 달리한 항암제들을 넣어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구 대표는 “독성항암제(1차 항암제), 표적항암제(2차 항암제), 면역항암제(3차 항암제) 등 그 동안 개발된 항암제 종류만 해도 수 십 종에 이른다”며 “병행치료를 할 때 만들 수 있는 항암제 조합의 경우의 수는 수 백 가지인데 어떤 조합이 베스트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ASFA는 도장에 인주를 묻혀 찍듯이 배양한 암세포 기둥을 수 백 가지 항암제 조합에 넣어 최적의 항암제 조합을 찾을 수 있다. 이 제품을 쓰고 있는 유럽의 한 병원에서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말기 암환자가 최적의 항암제 조합을 찾아낸 덕에 수명을 1년 이상 늘리기도 했다. 구 대표는 “이 환자가 썼던 항암제는 전혀 다른 암에 쓰던 표적항암제와 독성항암제의 조합이었다”며 “표준치료로는 이 같은 항암제 조합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개발 중인 신약이 어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고 부작용이나 독성 문제로 실패했던 항암제들의 가치 재창출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품이 본격 상용화되면 암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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