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복제약 넘어 신약 도전]②낮아진 바이오시밀러 문턱…신약 '돌파구'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점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
미국·유럽 등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에 개발 경쟁 치열
매출 1위 '휴미라', 특허만료 전 이미 바이오시밀러 3개 개발
시장 독점 가능한 바이오신약·차별화 가능한 바이오베터가 승부수
  • 등록 2018-09-05 오전 1:15:00

    수정 2018-09-05 오전 8:18:52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는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는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하니까’·‘돈이 되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뛰어든다면 승산이 없습니다. 바이오신약과 바이오베터(바이오의약품 개량 복제약)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4일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업체 임원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처음 출시하는 ‘퍼스트무버’(선도자) 외에 후발주자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바이오신약 등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야만 중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동물의 세포나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약으로 암·자가면역질환 등 중증·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화학물질을 조합하는 화학의약품보다 개발이 까다로워 약값 자체가 비싸지만,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뛰어나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지난 2016년 2220억달러에서 연평균 9.4% 늘어나 2021년 344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에서 23.4%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연 매출이 약 20조원에 달하는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휴미라’(애브비)를 비롯해 세계 매출 10위권 의약품 중 8개가 바이오의약품이다.

바이오의약품 중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신약의 복제약을 뜻한다. 복제약이라고 해도 화학의약품 복제약인 ‘제네릭’과 달리 어느 정도 기술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제네릭은 제품 하나당 평균 100억원의 개발비가 들지만 바이오시밀러는 2000억원 정도를 투입한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퍼스트무버 효과를 가장 확실히 본 업체는 셀트리온(068270)이다. 셀트리온은 2012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해 2013년 유럽, 2016년 미국에 출시했다. 램시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얀센)의 복제약으로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만 1억 1800만달러(약 13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4000만달러(약 448억원)보다 195% 늘어난 수치다. 램시마는 먼저 출시한 유럽에서 오리지널 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할 정도로 성장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제품별로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서 출시한 제품일수록 임상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램시마보다 3년 늦게 나온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는 램시마보다 가격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럽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2분기 ‘인플렉트라’(램시마 미국명)의 점유율은 4.6%였지만 렌플렉시스(플릭사비 미국명)는 0.6%에 불과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자체는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의료비로 인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각국 정부는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오리지널 약을 선호했던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최근 바이오시밀러 활성화 정책 11가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에게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커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경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이 향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는 아직 특허가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해 이미 3개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마친 상황이다. 이 밖에도 40여곳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대장암 항암제 ‘아바스틴’,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 등 다른 바이오의약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바이오시밀러로 올린 수익을 연구·개발(R&D)에 투자, 바이오신약과 바이오베터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신약은 막대한 개발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성공률은 낮아 위험부담이 크다. 하지만 막상 성공할 경우 막대한 독점수익이 가능하다. 바이오의약품의 지속성·효과·편의성 등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도 마찬가지다. 개발에 성공하면 물질특허를 인정받아 오리지널 약의 특허만료와 상관없이 곧바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일례로 셀트리온이 최근 임상을 마친 ‘램시마 SC’도 정맥주사 형태의 램시마를 피하주사 형태로 바꾼 바이오베터다. 정맥주사는 투여할 때마다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램시마 SC는 환자가 사용 주기에 맞춰 의약품을 자가 투여할 수 있다. 전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피하주사 제형의 매출은 약 30조원에 달한다.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남들 따라하듯 하는 바이오시밀러로는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체 기술력을 갖추고 바이오신약이든 바이오베터든 향후 시장을 주도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바이오시밀러 가격 경쟁 현황 및 휴미라 비아오시밀러 미국 내 개발 현황[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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