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여름철 대표 불청객 중 하나인 모기마저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금껏 모기가 더워지면 나타나고 추워지면 사라졌기 때문에 이들이 더위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예년보다 유독 더운 올 여름에 모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가 뭘까.
|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 사진=질병관리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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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28주차(7월 8~14일)에 전국 10개 지점에서 채집한 모기 수는 평균 971개체로 직전 주인 27주차(1~7일)의 2404개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최근 5년(2013년-2017년) 같은 기간 모기 개체수인 평균 1392개체와 비교해도 30.2% 감소한 수치다. 올 여름 폭염은 지난 10일 전후로 본격 시작됐다.
우선 모기의 특성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모기는 자체 체온을 갖고 있는 포유류와 달리 자체 체온이 없는 변온동물이다.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뱀 등의 파충류, 개구리 등의 양서류도 이 같은 변온동물이다. 겨울철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고 모기 체온도 떨어져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니 대사활동을 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겨울잠을 잔다.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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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줄어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 이유는 폭염으로 1~2개월인 모기(성충)의 수명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곤충학회 회장을 지낸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여름철에 온도가 올라가면 모기 체온도 올라가고 그러면 화학반응이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성장속도가 빨라져 모기 개체수가 늘어난다”며 “하지만 올 여름같이 기온이 지속적으로 높게 형성되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수명은 좀 짧아진다”고 말했다.
모기도 성장촉진호르몬과 성장억제호르몬 두 가지 호르몬이 적절히 균형을 맞춰 분비돼야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더우면 체내의 밸런스가 깨지게 되고 호르몬 이상 분비로 고유의 성장 속도도 무너져 몸에 무리가 생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키가 작은 아이들이 10대 때 성장호르몬을 맞으면 성장이 빨라진다. 하지만 의사와 반드시 상담을 한 후에 호르몬의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몸에 부작용이 생긴다. 모기에게 고온은 사람으로 치면 성장호르몬을 과도하게 투입한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결국 이는 모기의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
두번째 이유는 장마가 일찍 끝나고 가뭄이 길어지면서 산란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모기는 웅덩이, 늪, 논 등 물이 고여 있는 장소에서 알을 낳는다. 비는 오지 않고 고온만 지속되는 날씨에 물이 증발되면서 자연스레 모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다.
또 다른 이유는 모기의 하면(夏眠), 즉 여름잠 때문이다. 모기는 겨울잠 뿐만 아니라 여름잠까지 잔다. 이 석좌교수는 “모기는 원래 여름철 한낮에는 활동을 하지 않고 오전 중이나 오후 4시 이후 기온이 어느 정도 떨어질 때 활동을 한다”며 “요즘같이 이렇게 고온이 되면 생존을 위해 지하실이나 하수도 안, 터널, 동굴 같은 햇빛이 안 비치는 습한 지역에 들어가서 아예 여름잠을 자버린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우리가 요즘 모기를 보기 힘든 이유가 설명됐다. 일단 알을 못 낳아 모기 자체가 줄어든 데다 일부는 빨리 죽고 일부는 살아 있더라도 잠을 자느라 활동을 안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모기가 습한 곳을 찾는 이유는 몸이 작아 체내에 갖고 있는 수분량 역시 적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다. 이 석좌교수는 “모기들이 건조한 곳에 있으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수분이 금방 날아가기 때문에 최대한 습한 곳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며 “모기는 표피층 제일 바깥쪽에 왁스층이라는 것이 있어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있는 수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건조한 곳에 있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몸집이 작은 모기의 수분이 빨리 증발하는 이유는 얼음을 잘게 쪼개면 빨리 녹는 이유와 같은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