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면세점]①사드 사태에 면세시장 집단 고사 위기

올해 유커 방한객 30% 이상 급감
한화갤러리아,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 조기 반납
업계 1위 롯데, 팀장급 이상 급여 10% 자진반납
면세점협회, 신규 시내면세점 개장 연기 요구
  • 등록 2017-07-04 오전 5:30:00

    수정 2017-07-04 오전 5:30:00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국제공항의 면세점 사업 특허권을 조기 반납키로 했다.(사진=한화갤러리아)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의 빈자리를 메꾸지 못한 국내 면세점 업계가 단체로 곡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유커의 방한 금지령이 지속되면서 경영난이 가중돼서다. 일부 면세사업자는 수익성이 낮은 지방공항의 면세사업권을 조기 반납했으며 아예 개장을 연기하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 역시 경영난에 따른 자구책의 일환으로 팀장급 이상 직원의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제주공항과 면세사업권 조기 반납을 합의했다.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사업권은 오는 2019년 4월까지였다. 앞서 한화갤러리아가 제주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조기 반납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014년 제주국제공항의 면세사업권을 획득했다. 연 매출 600억원에 불과하지만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어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가 사드 사태에 결국 영업을 종료키로 한 것이다. 지난 4~5월 두 달간 월 매출액은 80% 이상 줄어드는 등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유커 방한 30% 이상 줄어

경영난 가중은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은 25만3359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4.1% 감소했다. 올해 누적(2017년 1월~5월) 중국인 관광객은 199만7985명으로 200만명을 밑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5만여명이 입국한 것을 고려하면 1년 새 100만여명의 유커가 국내를 찾지 않았다. 수치상으로 34% 이상 감소했다. 지난 3월 15일 중국 정부가 한한령(유커의 방한 금지)을 내린 여파다.

국내 관광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의 급감은 면세점 업계의 경영난을 부채질했다. 지난 2월 약 1조3000억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 시장 규모는 한한령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4월 1조1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신규 시내면세점 추가로 사업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시장 축소는 업계 전반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들의 2분기 실적 부진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마저 월 기준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급여 일부 반납하고 개장 연기 불사

면세점 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따로 또 같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팀장급 간부사원과 임원 40여명은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엔 한화갤러리아가 면세 사업 부진에 희망퇴직과 함께 과장급 이상의 연봉삭감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두산면세점은 영업시간을 두 차례나 단축하면서 차별화 포인트였던 ‘심야면세점’을 포기했고, 면세점 매장 면적을 줄이기까지 했다.

면세점 업계의 영업 환경 악화는 신규 시내면세점의 개장연기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5월 관세청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면세점, 탑시티 등 신규 시내면세 사업자 3곳의 면세점 개장 연기를 공식 건의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면세점 등을 비롯해 총 9개의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다.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는 특허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면세점을 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올 연말까지 면세점을 개업해야 한다.

면세점의 시장의 위기는 면세점 경영권을 떠미는 진풍경을 낳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동화면세점 지분 30.2%의 양도를 놓고 갈등 중이다. 서로 안 받겠다는 게 요지다. 신라면세점은 경영권 대신 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김 회장 측은 지분을 넘기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보따리상이 늘어나면서 매출 둔화는 감소했지만 유커보다 높은 수수료 때문에 순이익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해제하기 전까지는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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