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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 매장 지하에 성인용품점에서 볼 법한 물건들이 백화점 매대의 판매품처럼 나열되어 있다. 모니터에서는 남녀가 해괴한 자세로 합을 맞추는 영상을 비롯해 각종 재활기구를 활용하는 영상들이 나온다. 부조화의 극치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오는 26일부터 10월23일까지 열리는 ‘개인소장품’ 전은 지난해 제16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인 정금형(36) 작가의 개인전이다.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은 국내외 미술계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 4명이 최종 수상자 1명을 미리 선정한 뒤 4개월간 프랑스 파리 체류 기회를 주고 이듬해 개인전을 지원해주는 상이다.
정 작가는 지난해 “신체와 성, 권력과 억압 등의 이슈를 창의적인 퍼포먼스로 표현한다”며 “시각예술로까지 분야를 확장해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구축했다”는 이유로 상을 받았다.
정 작가는 그간 여러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몸을 관음의 대상으로 표현하거나 청소기 흡입구나 트레이닝 기구 등으로 마치 성교 장면을 연상시키는 행위예술로 파격을 보여왔다.
‘개인소장품’ 전은 그동안 선보인 퍼포먼스에서 쓰인 물품들을 직접 보여주면서 관람객들에게 당혹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정 작가의 뜻에 따라 이리 저리 분해되고 해체되어 기묘하게 나열된 물건들은 일정한 매락을 형성하며 일종의 ‘컬랙션’으로 의미를 부여 받는다.
전시를 준비한 김윤경 큐레이터는 “관람객 개개인의 상상력을 자극해 개인들의 욕망이 은밀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순간들을 ‘개별적’으로 제공한다”며 “전시장 중간에 놓인 모니터를 보면 ‘소장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