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임창열 경제부총리는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공식 결정했습니다”고 발표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지금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많은데도 외환보유액이 겨우 39억달러에 불과해 나라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호황을 누려온 대다수 국민들은 이게 무슨 얘기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곧 굴지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실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자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우리 경제의 첫 위기는 외환정책 실패가 그 출발이었다.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의 연쇄적 외환위기의 폭풍을 그대로 맞은 것이다.
환율정책의 중요성은 그 이후 강하게 부각됐다. 시장은 최근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을 1240원을 기점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를 두고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이 더러 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3600억달러가 넘기 때문에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도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환율이 치솟던 그때의 트라우마가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산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소 필요 외환보유액은 4433억달러다. 김창배 한경연 연구위원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은 긴급 상황 발생을 고려하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