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롤러코스터' 환율]④1997년 외환위기 트라우마

1997년 당시 첫 경제위기 출발은 외환정책 실패
환율정책 중요성 부상…외환보유액 '실탄 쌓기'
  • 등록 2016-03-04 오전 5:01:00

    수정 2016-03-04 오전 5:01: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1970년대 이후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던 우리 경제가 처음 맞이한 시련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다.

당시 임창열 경제부총리는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공식 결정했습니다”고 발표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지금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많은데도 외환보유액이 겨우 39억달러에 불과해 나라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호황을 누려온 대다수 국민들은 이게 무슨 얘기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곧 굴지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실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자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우리 경제의 첫 위기는 외환정책 실패가 그 출발이었다.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의 연쇄적 외환위기의 폭풍을 그대로 맞은 것이다.

외환위기 직전에 경제부총리를 맡았던 강경식 전 부총리의 회고록 ‘국가가 해야 할 일,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7월 초 태국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 머물던 태풍이 10월 중순 이후 대만 홍콩을 거쳐 한국까지 북상했다. (중략) 무언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온 몸을 죄어오는 압박감, 그런데도 이를 헤치고 나갈 수 있는 길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답답함이 몰려왔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때만큼 속수무책을 절실하게 느껴본 일은 처음이었다.”

환율정책의 중요성은 그 이후 강하게 부각됐다. 시장은 최근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을 1240원을 기점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를 두고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이 더러 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지금은 외환보유액이 3600억달러가 넘기 때문에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도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환율이 치솟던 그때의 트라우마가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실탄’인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아두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 금융시장은 ‘현금인출기’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금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게 빈번하다. 그만큼 변동성도 높은 편인데, 그런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에 따른 운용비용과 기회비용이 적지 않음에도 한은 사람들은 “더 쌓을수록 좋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 산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소 필요 외환보유액은 4433억달러다. 김창배 한경연 연구위원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은 긴급 상황 발생을 고려하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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