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월세가 답인가

  • 등록 2016-02-11 오전 5:00:00

    수정 2016-02-11 오전 5:00:00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 부장] 월세 시대다. 전세는 점점 사리지고 월세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전셋집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반면 월세 물건은 넘쳐난다. 전세의 월세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를 놓으려 한다. 저금리 탓에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 수입이 변변찮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시장에 전세는 모자라고 월세는 넘쳐나면서 월셋값은 떨어지고 전셋값은 치솟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 놓는 게 월세로 돌리는 것보다 손해일까.

2년 전인 2014년 1월 서울 아파트를 월세를 끼고 매입한 A씨와 전세를 끼고 투자한 B씨의 투자수익률을 비교해 보자. 우선 A씨의 경우다. 2014년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 1867만원, 월세 임대 수익률은 3.52%(부동산114 자료)였으므로 A씨는 올해 1월까지 2년간 3651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렸다. 이때 월세 임대수익률은 임대 보증금이 없다고 가정한 것으로, 실투자금은 그 당시 매매가인 5억 1867만원이다.

2년이 지난 올해 1월 이 집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5억 6488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4621만원의 시세 차익이 생기게 된다. 결국 A씨는 2년 동안 임대수입 3651만원과 시세 차익 4621만원의 합인 8272만원의 수익을 거뒀고, 이를 실투자금 5억 1867만원으로 나누면 2년간 투자수익률은 15.9%에 달한다.(연간 투자수익률 7.95%).

같은 시기에 전세를 끼고 투자한 B씨의 경우다. B씨는 월세를 놓지 않았기 때문에 임대수입은 한 푼도 없고 시세 차익(A씨와 같은 4621만원)만 있다. 수익이 더 적어 보이지만 수익률은 다르다. 2014년 1월 당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 비율은 61.15%였다. 따라서 매매가와의 차액 2억 151만원이 그 당시 B씨의 실투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년간 시세 차익을 이 실투자금으로 나누면 투자수익률이 22.9%로 나온다.(연간 투자수익률 11.5%). 전세를 끼고 투자한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세금이나 부대 비용을 포함하면 어떻게 될까. 2014년 1월 A씨가 집을 샀을 당시 취득세는 매수가(5억 1867만원)의 1.1%,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0.4%였다. 올해 1월 그 집을 팔았다면 중개 수수료 0.4%를 지급했을 것이다. 여기에 등기 비용과 2년 동안의 재산세 등을 감안하면 매수가의 2%인 1037만원 정도의 필요경비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럼 A씨의 투자 수익은 세전 8272만원에서 세후 7235만원으로 줄고 투자수익률도 13.9%(연간 투자수익률 7.0%)로 떨어진다. 같은 방식으로 B씨의 투자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투자수익률은 세전 22.9%에서 세후 17.8%로 줄게 된다. 그런데도 A씨보다 투자 수익이 더 많다.

양도소득세까지 낼 경우도 따져봤다. B씨가 다주택자라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B씨가 1주택자라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B씨가 내야 할 양도세는 431만원. 따라서 세후 수익은 3153만원이다. 이를 실투자금으로 나누면 수익률이 15.6%로 나온다. 연간 수익률로 환산해도 7.8%다.

전세 투자가 항상 월세 투자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집값 상승기에는 전세 투자가 괜찮고, 반대의 경우 월세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 지금은 집값 하락 시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지금부터 투자 수익뿐 아니라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놓으려는 생각을 고쳐 보시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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