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동 이슬람 국가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으로 중동 곳곳에서는 규탄 시위가 벌어졌고 사우디 대사관은 공격 당했다. 1400년간 이어진 수니파와 시아파간 마찰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는 셈이다. 사우디가 어느 정도 노렸던 것이기도 하다. 사실 사우디의 알사우드 왕가는 유가 급락과 성과 없는 예멘 내전 등으로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란을 자극해 마찰을 일으키면 실보다는 득이 많으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사우디 정권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유명인사를 처형해 반정부 인사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줄 수 있고 내부적으로 수니파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렸다. 또 중동 지역에서의 수니파 국가 간 결집도 기대했을 것이다. 저유가로 재정지출이 줄어 불만이 커진 가운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물론 이 같은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멀리 보면 우려할만한 부분이 더 많다. 일단 극단주의자들을 양산할 수 있다. 지금 중동은 시리아와 이라크를 기반으로 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등장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IS는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중 하나로 종파갈등이 더 강해지면 IS의 테러활동도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활동은 통제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작년 사우디의 시아파 모스크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여러차례 발생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 사태는 사우디에게도 독(毒)이 될 수 있다. 사우디에는 반(反) 이란, 반 시아파 감정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사우디 지도자들은 영토분쟁부터 국내에서 벌어진 시위, 예멘 공습까지 모두 이란과 시아파 탓으로 돌렸다. 또한 시아파를 악으로 몰아갔고 정치 개혁에 대한 요구나 시위 욕구를 짓눌렀다. 사우디가 이런 종파갈등을 조장할수록 내분 위험도 높아진다. 사우디 국민 중 10~15%가 시아파다. ‘아랍의 봄’에서 목격했던 민주화 욕구는 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금은 소수인 시아파를 자극할 게 아니라 얘기를 들어주고 포용하는 게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