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국제 투기자본 공세에 맞서려면

  • 등록 2015-06-29 오전 3:01:01

    수정 2015-06-29 오전 3:01:01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엘리엇은 페루와 콩고,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또 코닝, 델파이 등 세계적인 기업에 시비를 걸어 막대한 투자 수익을 올린 경력이 있다. 과거 영국 기관 투자회사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고나왔고 유명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KT&G와 배당정책을 두고 시비를 벌인 바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를 시가의 3배에 사들이겠다고 하자 투자자들은 거의 투매에 가깝게 주식을 팔아 치웠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커지고 자본시장이 개방돼 이런 행동주의 펀드뿐 아니라 돈이 되는 각종 투자 테마와 기법을 동원하는 해외 자금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 모두 서둘러 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제 투기자본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포이즌 필’이나 ‘황금주’ 같은 기업경영권 보호수단을 도입하자는 얘기다. 구미 선진 자본시장에서도 애플, 구글 그리고 버크셔해서웨이 등이 차등 의결권을 발행한 예가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할 여지가 많은 우리 상황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이런 회사들은 일반 주주들에게 어마어마한 시세 차익이나 배당을 지속적으로 쥐어 줬을 뿐만 아니라 실적이 나쁠 땐 가차 없이 경영진을 갈아 치웠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도 해고 당한 적이 있지 않은가. 섣부른 경영권 보호 제도 도입은 저성장과 제조업 국제 경쟁력 약화와 저배당 등으로 매력도가 떨어진 한국 증시에 또 하나의 비호감 정책이 될 것이다.

우리는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수출상품에 대해 상대 교역국들이 무역 장벽을 쳐서 막으려 하자 불공정한 처사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비교 우위에 있는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 즉 정보통신기술이나 금융자본을 내세워 타국에서 돈을 벌려 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글로벌 경제 시스템 속에 들어간 상황에서 우리에게만 유리한 장사를 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우리도 모험자본을 키워내야 한다. 벤처에 투자하는 것만이 모험자본이 아니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도 해야 하고 대주주가 비주력 사업을 팔거나 신사업을 하고 싶을 때 새 주인이 되거나 지원해 줄 수 있는 자금이어야 한다.

또한 우리 자본도 일반 주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판단이나 주주 이해에 반하는 대주주의 전횡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물론 시세 차익을 바라는 일반 주주 의견으로만 기업을 경영할 수는 없다. 경영을 책임지는 대주주나 경영진은 일반 주주들이 가지지 못한 식견과 때로는 객관적이지 않은 경영 판단도 해야 한다. 다만 이제는 그러한 경영 판단에 대해 그 결정이 다른 주주 이해에도 부합하는지 여부를 놓고 주주들과 대화하고 때로는 설득해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경영능력을 성과에 따라 평가 받아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이 방법만이 공격적인 해외자본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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