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토너먼트 예선 3차전이었던 18일 스페인전. 이날 한국은 스페인을 2 대 1로 누르며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16강을 신고했다. 경기는 지상파 방송사인 KBS2가 중계방송했다.
KBS2 외에 84개 그룹의 중계진이 각자의 방송 채널을 아프리카TV에 개설하고 한국 여자축구팀을 응원했다. 각 채널당 5000명에서 1만명 가량의 네티즌들이 이들 ‘게릴라’ 중계진을 통해 축구를 봤다. 네티즌들은 굳이 지상파나 케이블TV가 아니더라도 모바일·온라인을 통해 중계진을 골라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단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TV’ 주목
수십년을 지배해왔던 방송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대형 방송사가 독점했던 대형 스포츠 중계마저 일반인들의 영역으로 넓어졌다. 축구 마니아라면 아프리카TV에 채널을 등록하고 실시간으로 축구를 중계할 수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TV 화면을 재전송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팬들이 직접 중계에 나서고 있다. 프로급 실력을 자랑하는 마니아도 있다. 이들은 수천명의 시청자 혹은 팬들과 채팅 등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일방적이었던 기존 TV가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쌍방향 TV로 진화한 셈이다.
KBS와 SBS도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자극받아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소수 마니아를 흥분시켰던 일종의 ‘해적방송’이 지상파 프로그램의 한 포맷으로 당당히 인정받게 됐다.
덕분에 아프리카TV도 ‘귀하신 몸’이 됐다. 마이리틀텔레비전 같은 쌍방향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원조 쌍방향 방송 플랫폼이었던 아프리카TV의 주가도 올랐다. 이달 들어 22일(3만4000원)까지 주가 상승률은 6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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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MCN, 열 PP 안부럽다’..콘텐츠 사업 본격화
올해 들어서는 이들 스타 BJ들의 수익성을 높여 사업화하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 케이블방송 등 다양한 방송 플랫폼에 스타 BJ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유통시키고 이들이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관리)해주는 사업체가 출현했다. 다양한 채널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MCN(Multi Channel Network)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된 것이다.
CJ E&M 출신으로 국내 MCN 전문기업 ‘트레져헌터’를 창업한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해외의 경우 거대 MCN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케이블채널(PP)를 인수하기도 한다”며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없지만 방송 생태계 부문이 MCN 1인 미디어 사업에 연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MCN 사업의 모태는 종합콘텐츠기업 CJ E&M이었다. 2013년 CJ E&M 신사업팀에서 MCN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사업 아이템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후 CJ E&M 출신들이 모여 만든 MCN 전문 기업 ‘트레져헌터’가 출범했고 지난달 CJ E&M의 다이아TV(DIATV)가 발족했다. 전문 1인미디어 사업가가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모 지상파는 아예 MCN을 하겠다고 말할 정도”라며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들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