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원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2013년 11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실은 연구논문에서 중국 관박쥐의 배설물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를 찾아낸 점을 근거로 관박쥐가 사스의 숙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스 바이러스의 경우 자연숙주인 박쥐에서 시작해 중간숙주인 사향고양이 등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다는 게 통설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세균) 등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주요 병원체이다. 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생물의 힘을 빌어 종에서 종으로, 혹은 다른 종으로 퍼져나간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자체를 없앨 수 없다면 매개체와 매개경로의 차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이 이들 매개체와 밀접히 접촉할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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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개·돼지·낙타 등..‘병원체 운반자들’
전염의 매개체와 매개경로 등은 매우 다양하다.
‘말라리아’와 ‘일본뇌염’ 등은 모기가 매개체이다. 병원체를 보유한 생물의 혈액을 흡입한 모기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깨끗한 피를 빨아먹으며 이 병원체를 체내에 삽입한다. 말리리아는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 개발됐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모기 발생을 줄이고 접촉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광견병’(狂犬病)으로도 불리는 ‘공수병’(恐水病)은 비단 개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온혈동물로부터 교상(물리거나 할큄)을 당하면 감염될 수 있다. 실제로 너구리 등 야생동물을 통한 교상감염이 보고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쥐(야생동물)에서 낙타(가축)로 옮아 결국 사람으로 전파됐다.
가축을 통한 감염은 인간 사회에 쉽게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사스 및 메르스의 병원체인 ‘코로나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비말(침·가래 등의 미세수분 입자) 등을 통해 감염돼 전파 속도가 빠르고 감염범위도 넓다.
치명적 전염병의 본산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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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집 박쥐도 인간처럼 DPP-4 수용체를 가진 게 밝혀졌다. 즉 인간과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기제가 동일한 것이다.
실제 박쥐는 헨드라 뇌염와 사스, 에볼라출혈열, 메르스 등 세계적 유행병들의 자연숙주로 지목된다. 최강석 박사는 “박쥐는 (조류가 아니라) 포유류이기 때문에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깝고 이에 종간 장벽(이종간 전염)을 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4600여종의 포유 동물 중 925종이 박쥐일 정도로 종도 매우 다양하다.
인수공통감염병 발병 ‘빈번’..매개체 파악 주력해야
지난해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에볼라는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프리카 밀림 개발에 따른 박쥐 서식지 파괴가 주요 발병원인으로 꼽힌다.
생활터전을 잃은 박쥐가 인간의 거주영역으로 넘어오면서 배설물 등을 통해 가축에게 병원체를 옮기고 사람에게도 전파된 것이다. 여기에 교통의 발달로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지역 풍토병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자연개발 가속화로 야생동물과 가축, 인간의 접촉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 동물과 인간이 함께 걸리는 ‘인수공통감염병’ 발병은 더욱 빈번해질 전망이다. 병원체에 대한 연구와 함께 자연숙주와 중간숙주 등 매개경로 파악과 사전차단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인수공통전염병은 숙주의 범위가 넓은 질병”이라며 “인간만 걸리는 병과는 대응전략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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