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권에서 경제전문가들이 대거 약진하고 있다. 여의도 정가의 쟁점이 되는 각 정책마다 최일선에 서서 ‘디테일’을 다듬고 있어서다. 박근혜정부 전반의 주요 의제로 경제활성화가 꼽히는데다 재정부족 위기가 크게 불거지면서 이들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반면 야권에는 경제전문가라고 할 만한 인사가 거의 씨가 말랐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경제이슈는 사실상 여권 주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무원연금 등 쟁점마다 與 경제통들 최일선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차원의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3선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과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초선 김현숙 의원이 도맡아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은 여권의 손꼽히는 경제통(通)이며, 김 의원은 인수위 시절부터 복지정책을 손수 만든 인사다.
이들은 당내 대다수 의원들이 껄끄러워하는 국가적 난제를 두고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정건전성에 관심이 많은 김무성 대표 정도만이 수개월간 물밑에서 이들을 지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상임위원회를 들여다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핵심 경제상임위로 꼽히는 국회 기획재정위의 경우 새누리당 의원 8명(정희수·강석훈·김광림·나성린·류성걸·박덕흠·이만우·이한구 의원)이 경제를 ‘주특기’로 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홍종학 의원을 제외하면 경제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말 정기국회에서 펼쳐지는 ‘세법 전쟁’ 등 경제정책 이슈에서는 여권 우위 구도가 필연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내에는 이외에 △중소기업(이현재 의원) △벤처(전하진 의원) △IT(권은희 의원) △에너지·자원(이강후 의원) 등 각 산업 분야별로도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코넬대 노동경제학 박사 출신의 이종훈 의원은 노동경제학 분야의 전문가다.
반면 새정치연합에서는 홍종학 의원 외에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원 정도가 그나마 경제통으로 꼽힌다. 국회 한 관계자는 “경제에 대해서는 관료와 학자는 물론 민간 출신 실물 전문가들도 여당에 대거 쏠려있다”면서 “반면 야당은 인재 풀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與 정책 최일선 최경환·안종범‥기대주 유승민
여권 내에서는 경제통들의 ‘입김’도 상당히 강해졌다. ‘실세 중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사실상 총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초선 비례 출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 부총리와 수시로 통화하면서 경제현안을 다듬고 있다. 안 수석은 인수위 시절 각종 경제정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과 가까운 여당 한 의원은 “둘 다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고 한다”면서 “정권 차원의 경제활성화에 ‘올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새누리당 정책위도 경제통 일색이다. 특히 강석훈 정책위부의장 겸 국회 기재위 간사는 주요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창조경제’의 입안자로 알려져있다.
여권의 ‘히든카드’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도 대표적인 경제전략가다.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출신의 유 의원은 내년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유 의원이 그러면서 내건 의제가 ‘사회적경제’다. 사회적경제 이슈를 잘 다듬으면 추후 있을 큰 선거에서 득이 될 수 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꼽히는 재선의 유일호 의원도 한국조세연구원장 등을 지낸 경제학자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