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팍팍해지는 한국인의 삶

  • 등록 2014-11-20 오전 6:00:00

    수정 2014-11-20 오전 6:00:00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자기 집을 마련한 가구가 절반이 못 된다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10년차 가구 중 자기 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이 48.3%에 불과하다. 자가 소유 비중은 결혼 1년 미만이 26.1%, 결혼 5년차가 41.8%, 결혼 30년차는 66.7%로 조사됐다. 4가구 중 1가구는 내 집을 갖고 신혼생활을 시작하며 결혼 후 10년이 지나면 또 1가구가 내 집을 마련하지만 나머지 2가구는 여전히 남의 집 살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내 집 마련은 모든 신혼부부들의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푼이라도 아끼고 저축하며 가계를 꾸린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져간다. 결혼 후 30년이 지나도 3가구 중 1가구는 내 집을 장만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아예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집 장만을 포기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내 집을 사려면 뭉텅이 빚을 내야 하고 전셋값 폭등으로 전세를 구하는 것조차 큰 부담이다. 서울에서 신혼부부가 전세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는 평균 28.5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섰고 가구당 평균 6000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싼 집을 찾아 변두리 지역에 터를 잡다 보니 직장인 170여만 명이 매일 1시간도 넘게 길거리에서 출퇴근 전쟁을 치러야 한다. 취업이 어려워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어나 청년층(20~34세)의 재학 인구 비중이 20년 동안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사회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도 삶의 질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음이 생애주기별 특성분석에 잘 나타나 있다.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힘들다 하고 장·노년 세대는 노후 걱정에 쪼들리고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최단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과 고비용 사회라는 부작용을 떠안고 있다. 양적 성장보다는 삶의 질과 개인의 행복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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