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가 공공주택을 짓기 위해 사업 승인을 받은 이후 쌓아놓고만 있는 미착공 물량이 지난 6월 현재 총 41만3600가구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LH가 전국 154개 공공택지지구에서 자체 사업용으로 건설 인허가를 받았지만 착공하지 못한 694개 사업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전체 공급 대기 물량의 45.3%(18만7182가구)가 옛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신도시 등에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다. 나머지 51%(21만905가구)는 국민·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공공분양 아파트 7만7000가구의 공급이 계획됐던 택지가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된다. 종전에 승인받은 사업 계획을 취소하고 모두 민간 분양 물량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업 취소(1만7000가구), 대안 사업 추진(4만가구), 행복주택 전환(3만9000가구), 정상 착공(15만5000가구)을 통해 2017년까지 누적 물량의 80%를 털어낸다는 것이 LH가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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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축소하려는 것은 누적 물량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민임대 및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인허가 물량이 더는 방치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당시 주택 공급 실적을 사업 승인을 기준으로 집계한 탓에 인허가가 무더기로 이뤄진 것도 부담을 키운 한 원인이다. LH 관계자는 “국책 사업을 위해 2003~2012년 사이 연 평균 10만호 이상 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실제 착공은 연간 6만호 정도에 그쳤다”며 “10년 동안 매년 4만호 가량이 쌓인 셈”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LH의 부채 감축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등 주택 사업 리스크를 직접 지지 않고 보유한 땅(60㎡ 초과 기준)을 주변 시세 수준인 감정가로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부터 공공분양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이 LH의 구상이다.
수도권 공공택지 주변 ‘호재’…분양가 상승·무주택자 권리 침해 우려도
부동산시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아파트 용지 사재기에 열을 올리던 건설사들과 수도권의 옛 보금자리주택지구 인근 지역에는 호재다. 민간 택지 공급이 늘고 저렴한 공공분양 아파트가 대거 풀려 주변 집값을 끌어내리는 ‘하방 압력’도 사라져서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일 가능성이 크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민간 전환은 무주택 세대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축소하고 분양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그간 공공택지지구에서의 민간 분양을 통해 LH와 건설사가 과도한 폭리를 취한다며 반발해 왔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현지 주민에게 낮은 가격으로 토지 보상을 해서 강제 수용한 땅을 민간 기업에 비싸게 팔아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곳은 결국 LH”라며 “이렇게 흘러들어간 돈이 실제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쓰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약저축 통장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불만도 커질 전망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주택만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가뜩이나 청약할 만한 공공분양 물량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태다. 최근 9·1 부동산 대책에 향후 신도시 개발 및 3년간 신규 택지지구 지정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담긴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청약종합저축으로 갈아타거나 기존 청약저축을 보유한 채 세대원이 종합저축에 가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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