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최근 정부는 민영주택 건설 때 전체 가구 수의 20% 이상을 전용면적 60㎡ 이하로 짓도록 한 ‘소형주택 공급의무제도’를 13년만에 폐지키로 했다. 집값 상승기에 도입된 실효성 없는 규제를 없애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1~2인 가구 급증과 다운 사이징 흐름 속에 소형주택 공급이 대세가 된 마당에 뒤늦게 의무공급 비율을 없애는 것이 시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 중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 비중은 39.2%에 달한다. 공급량이 이미 법에서 정한 20%를 두 배 가까이 넘어서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인·허가 물량 가운데 소형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3.7%에 달한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전용 40㎡ 이하 초소형 주택을 제외하더라도 방이 2개 이상인 전용 40~60㎡ 이하 소형주택만 36.89%에 이른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소형인 전용 59㎡형이 늘 1순위 마감되며 청약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예 전용 59㎡형으로만 구성된 단일 평면 단지까지 선보이고 있다. 결국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없애겠다는 정부 발표는 실제 시장 활성화에는 효과가 없는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2·26임대차 시장 선진화 대책을 통해 전·월세 과세 방침을 밝힌 이후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냉각돼 관망세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던 집값은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고, 늘어나던 주택 거래량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올해 초부터 겨우 살아나기 시작하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발표 시점에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선 DTI(총부채상황비율)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 등 강력한 시장 활성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정말로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진정 실효성 있는 규제 철폐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