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사흘만에 조정..실적부진+차익매물

다우-S&P지수, 소폭하락..나스닥만 상대적 강세
씨티그룹 등 금융주 부진..베스트바이 `곤두박질`
  • 등록 2014-01-17 오전 6:04:45

    수정 2014-01-17 오전 6:04:45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만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지만 오히려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를 키웠고, 씨티그룹과 베스트 바이 등 일부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해 차익매물을 유발시켰다.

16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62.93포인트, 0.39% 하락한 1만64197.01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2.48포인트, 0.13% 낮은 1845.90에 머물렀다. 다만 나스닥지수만 홀로 전일보다 3.80포인트, 0.09% 상승한 4218.69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부양 기대감을 높였고, 스페인의 3년만기 국채 낙찰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시장심리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AB푸즈와 딕슨스 등 기업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지수 조정심리가 커졌다. 미국에서도 골드만삭스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고 블랙록과 유나이티드헬스도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씨티그룹의 4분기 실적과 베스트 바이의 작년말 홀리데이 시즌 매출 부진이 이를 상쇄시키고 말았다.

미국에서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인 것도 연준 테이퍼링 우려를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주일 연속으로 시장 기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며 6주일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도 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저조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개별 종목별로는 실적 부진을 기록했던 씨티그룹이 4%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도 채권 트레이딩 부진으로 우려를 자아내며 골드만삭스 주가도 2% 가까이 하락했다.

또한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 바이도 연말 홀리데이 시즌 매출 부진에 대한 실망감에 28% 이상 폭락했다. 아울러 양호한 실적을 내놓았던 미국 최대 건강보험업체인 유나이티드 헬스도 차익매물로 인해 2.3% 떨어졌다.

아울러 CSX도 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해 7% 가까이 급락하고 말았다.

◇ 루 재무장관 “美경제에 순풍..12월 고용악화 변수안돼”

지난해 12월 고용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연초부터 역풍(逆風)이 아닌 순풍(順風)을 맞고 있다고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이 평가했다. 그러나 루 장관은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해야할 일이 많다”며 의회가 장기 실업급여 지원 연장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루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협회(CFR) 강연에서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왔지만, 이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방향성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시그널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루 장관은 “미국 경제는 연초부터 역풍이 아닌 순풍을 맞으며 출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하며 의회에 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과 3개월간 한시적인 실업급여 지원 재연장 처리를 촉구했다.

루 장관은 특히 “현재 재무부가 취하고 있는 특별조치가 소진되면서 2월말이면 정부 부채한도가 다시 상한선까지 차게 된다”며 “만약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한이 증액되지 못한다면 재무부가 취하는 어떠한 조치도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유지시켜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버냉키 “금융 불안정 우려에도 부양기조 유지”

이달말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와 같은 비전통적인 부양조치들이 분명 경제를 살리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강연에서 “지난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취했던 부양정책에 대해 논쟁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전통적인 통화정책만으로는 경제를 살리는데 분명 제약이 있었으며, 우리가 택했던 비전통적 부양조치들은 경제를 깊은 침체에서 구해내는데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임기중 공식적으로 예정된 마지막 대외 강연에서 그는 “그런 조치들이 경제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며 “특히 양적완화를 통해 자산매입과 저금리 기조를 약속한 포워드 가이던스는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이런 조치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과 같은 비용은 거의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와 관련해 그마나 신뢰할 만한 유일한 비용이 있다면 금융시장 불안정 가능성일 것이며 이는 연준내 동료들도 위험으로 주로 지적하는 부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통화부양 정책이 필요한 현재 시점에서 이같은 불안정을 우려해 미리 긴축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는 동료들에게도 말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양적완화에 따른 또다른 위험으로 거론됐던 것이 인플레이션이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은 그런 위험이 될 만한 징후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2개월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1.1%에 불과해 연준의 물가목표인 2%에 크게 못미친다.

◇ 필라델피아지수 호조..美 주택 체감경기는 부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올 1월중 제조업지수가 플러스(+) 9.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인 지난해 12월의 +6.4는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인 8.9를 모두 웃돈 것이다. 다만 12월 수치는 종전 +6.5에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아울러 이 지수는 경기 위축과 확장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치인 제로(0)를 8개월 연속으로 웃돌아 여전히 경기는 확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부항목들을 보면 제조업체들의 신규주문지수가 지난해 12월 12.9에서 5.1로 하락한 반면 출하는 11.9에서 12.1로 높아졌고, 제품가격지수도 16.4에서 18.7로 상승했다. 고용지수 역시 4.4에서 10.0으로 올랐다.

또한 전미 주택건설업협회(NAHB)와 웰스파고가 공동으로 발표한 1월중 주택시장 지수가 56을 기록했다. 이는 57로 상향 조정된 지난해 12월 수치는 물론이고 58이었던 시장 전망치를 모두 밑돈 것이다. 그러나 이 지수는 기준치인 50선을 여전히 웃돌며 주택 건축과 판매 등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건설업체들이 그렇지 않은 업체들보다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부 항목별로는 현재 주택 판매여건지수는 최근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앞선 12월의 63보다 소폭 낮아진 62를 기록했다. 향후 주택구매지수도 43에서 40으로 하락했다. 또 향후 6개월 뒤 주택 판매전망지수도 62에서 60으로 내려갔다.

◇ 美실업수당 6주래 최저..CPI는 6개월래 최대상승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2000건 감소한 32만6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주일전의 32만8000건은 물론이고 32만8000건이었던 시장 전망치를 모두 하회한 것이다. 특히 이는 지난해 11월말 이후 6주일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2주일전 수치도 종전 33만건에서 2000건 하향 조정됐다.

추세적인 청구건수도 2주일 연속으로 줄었다. 실제 변동성을 줄여 추세를 알 수 있는 4주일 이동평균 건수는 33만5000건으로, 전주의 34만8500건보다 줄었다.

아울러 미국 노동부는 이날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월대비 0.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0.3%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에도 부합한 것이었다. 특히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6개월만에 최고였다. 지수는 전년동월대비로 1.5% 상승하며 역시 시장 전망치와 일치했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 상승폭이 컸던 만큼 변동성이 큰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 역시 0.1% 상승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와 같았다. 전년동월대비로도 1.7% 상승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에 일치했다.

◇ 골드만삭스-블랙록 실적호조..씨티-베스트바이는 부진

월가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올 4분기(지난해 10~12월) 순이익이 23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의 28억9000만달러보다 19% 감소했다. 우선주 배당을 포함한 주당 순이익은 4.60달러로, 전년동기의 5.60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주당 4.22달러를 상회했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매출액)은 전년동기의 92억4000만달러보다 4.9% 감소한 87억8000만달러였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인 77억1000만달러를 웃돈 것이다.

또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4분기 순이익이 8억4100만달러, 주당 4.8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6억9000만달러, 주당 3.93달러보다 22% 늘어난 것이다. 또한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이익 역시 주당 4.92달러를 기록해 시장에서 예상했던 4.33달러의 전망치를 훌쩍 넘어섰다.

반면 자산 기준으로 미국내 3위 은행인 씨티그룹의 지난 4분기 순이익이 26억9000만달러, 주당 85센트를 기록해 전년동기의 12억달러, 38센트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26억달러, 주당 82센트로, 전년동기의 21억5000만달러, 주당 69센트에 비해 21%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주당 95센트였던 시장 전망치에는 못미쳤다.

또한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 바이의 지난해말 홀리데이 시즌 총 매출이 작년보다 줄어들고 동일점포 매출도 시장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등 부진함을 보였다. 베스트 바이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12월말까지 9주일간에 걸친 홀리데이 시즌 쇼핑 대목에 총매출이 114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의 117억5000만달러보다 2.5% 줄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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