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사흘만에 급락.."양적완화 축소 임박"

3대지수 1%대 하락..버냉키 발언후 약세반전
통신-유틸리티주 약세..`실적호조` 페덱스는 상승
  • 등록 2013-06-20 오전 5:04:51

    수정 2013-06-20 오전 5:04:51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만에 큰 폭으로 추락하며 조정양상을 보였다. 예상대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조만간 양적완화 축소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낸 탓에 뒷심 부족을 보였다.

1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06.04포인트, 1.35% 하락한 1만5112.19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38.98포인트, 1.12% 떨어진 3443.20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22.88포인트, 1.39% 낮은 1628.93을 기록했다.

중국 집값이 두 달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HSBC가 중국의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7.4%까지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시장에 부담을 줬다.

반면 개장전 발표된 세계 최대 화물 운송업체인 페덱스의 지난 4분기 이익이 호조세를 보였고, 내년에도 이익이 7~13%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대체로 호재가 됐다. 페덱스의 실적은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들어 연준이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버냉키 의장이 조만간 양적완화 규모를 줄인 뒤 내년 중반에 이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시장심리를 위축시키며 지수를 하락세로 돌려 세웠다.

대부분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이동통신과 유틸리티 관련주들이 부진했다.

실적 호조를 보인 페덱스는 주가가 1% 이상 상승했다. 전날 장 마감 이후 양호한 실적을 공개했던 어도비 시스템즈 역시 6% 가까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 마감 이후 실적을 공개할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역시 기대감에 2% 가까이 올랐다. 반면 레드햇은 실적 우려에 오히려 1% 정도 하락했다.

멘스 웨어하우스는 조지 짐머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날 것이라는 소식에 1.15% 하락했다. 델도 칼 아이칸의 전날 제안 이후 주가가 0.52%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디시네트워크가 또다시 인수 제안가격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탓에 스트린트 넥스텔은 4.37% 추락하고 말았다.

◇ 연준 경기낙관론 커져..“연내 QE축소후 내년 중단”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이틀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를 매입하는 기존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 실업률이 6.5% 아래로 하락하거나 향후 1~2년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2.5%를 넘어서지 않는 한 현재의 초저금리를 지속적으로 고수할 것이라는 기존 약속도 재확인했다.

전반적으로는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 실제 연준은 성명서에서 “경제 전망과 노동시장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지난해 가을 이후 축소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버냉키 의장도 “재정정책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플레이션은 향후 2% 정책목표에 근접해갈 것”이라고 수요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했다.

연준 실무진도 FOMC에 보고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3~2.6%로 전망하며 앞선 3월의 2.3~2.8%보다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내년 GDP성장률 전망치는 2.9~3.4%에서 3.0~3.5%로 오히려 상향 조정했다. 오는 2015년 전망치는 2.9~3.7%에서 2.9~3.6%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종전 7.3~7.5%에서 7.2~7.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실업률 전망치 역시 6.7~7.0%에서 6.5~6.8%로 낮춰 잡았다.

이에 따라 버냉키 의장은 “만약 미국 경제 전망이 우리의 예상대로 나온다면 FOMC는 올해내에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며 “또 자산매입은 내년 중반쯤에 중단될 것이며 그 시점까지도 실업률은 7% 근방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FOMC는 자산매입 종료와 실제 기준금리 인상 시기 사이의 시간 차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은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햇다. 이어 “실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돼도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美·EU 관계, 자유·안보에 주춧돌”..오바마-메르켈 ‘맞손’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양국 관계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연합(EU)간 공조와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1시간 이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합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EU간 관계는 여전히 우리의 자유와 안보를 위한 주춧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럽은 미국이 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일에 있어서 파트너”라고 밝히며 양측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선 “각국에서 구조적인 경제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메르켈 총리와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독일 등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해온 만큼 이는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도 “유럽 나머지 국가들이 어려워지고 독일이 이들 국가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독일 경제만 잘 나갈 순 없다”며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지원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유로존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미국 정보당국의 감시 프로그램인 일명 프리즘(PRISM)에 대해서도 미국과 독일 정상들은 감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프라이버시와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함께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정부 감시는 필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적정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균형과 비례의 문제에 대해 계속 토론해 나가는 것은 중요한 것이며 독일 내무부와 미국의 관련 당국이 지속적으로 이와 관련해 정보를 교환하는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의 감시 프로그램은 미국 당국이 미국인이나 독일인, 프랑스인 등의 일상적인 이메일을 뒤지는 차원과는 전혀 다르다”며 “이는 매우 좁은 범위 내에서, 법원의 감독 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안보와 개인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해명했다.

◇ 페덱스, 4Q 이익호조..”내년에도 7~13% 성장“

세계 최대 화물 운송업체인 페덱스의 지난 4분기(3~5월) 매출과 조정 순이익이 모두 작년보다 늘어났다. 특히 이익은 시장 기대도 웃돌았다. 화물 운송이 다소 늘어나며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덱스는 이날 지난 4분기중 순이익이 3억300만달러, 주당 95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5억5000만달러, 주당 1.73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항공기 교체에 따른 감가상각 비용 등 일회성 경비를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6억7900만달러, 주당 2.13달러를 기록해 1년전 같은 기간의 6억3400만달러, 주당 1.99달러보다 증가했다. 특히 이는 주당 1.95달러였던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14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11% 증가했다. 다만 시장 전망치인 114억5000만달러에는 소폭 못미쳤다.

이같은 이익 개선은 항공과 육상운송 부문 매출이 다소 개선된 가운데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 덕이기도 하다. 페덱스는 노후한 항공기를 조기에 교체하고 아시아쪽 배송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17억달러의 비용을 줄였다. 또 3600명의 인력을 희망퇴직 형태로 줄일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페덱스는 6월부터 시작된 2014회계연도 주당 순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7~1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HSBC, 올~내년 中성장률 7.4%로 하향조정

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올해와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최근 지표 부진과 더 빨라진 개혁으로 인한 성장 둔화를 감안한 것이다.

HSBC는 이날 올해와 내년 중국의 GDP 성장률이 모두 7.4%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앞선 8.2%, 8.4% 전망치에서 각각 0.8%포인트, 1%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취홍빈 HSBC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의 올해 성장률에 대한 시장에서의 전망치는 7.8% 수준으로, 우리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다”며 “중국의 성장률이 8%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HSBC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 내년은 2.6%로 각각 전망했다. 이는 앞선 전망치였던 3.1%, 2.7%보다 낮아진 것이다.

취홍빈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구조를 개선시키고 성장을 부양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일부 개혁 조치가 국내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내년까지 성장 둔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의 성장률은 오는 2015년부터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美 대기업들, ”연내 법인세율 낮추자“ 의회에 촉구

AT&T와 포드자동차, 나이키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연내 법인세율을 인하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조세체계 개혁을 요구하는 모임인 ‘RATE(reforming America’s taxes equitably)’ 소속 17개 대기업들의 세금업무 담당 최고경영진들은 이날 하원 조세위원회와 상원 금융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위원장들과 공화당, 민주당 간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35%인 미국 법인세율을 연내 인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와 미국 기업들, 미국 노동자들은 더이상 현재 우리의 조세시스템을 감당할 수 없다”며 “미국 조세체계는 시대에 뒤떨어졌고 불공평한 만큼 연내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닥칠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한 증액 협상과 내년 선거 등으로 인해 조세개혁이 좌초되기 이전에 세율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공조없이 단독으로 세제 개혁법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샌더스 레빈 하원 조세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연내에 법인세 체계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렉 밸리어 포토맥리서치그룹 대표도 “내년까지 세제 개혁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50%도 채 되지 않는다”고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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