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美 이란 제재 대비했어야

  • 등록 2013-06-14 오전 7:00:00

    수정 2013-06-14 오전 7:00:00

내달 1일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국방수권법과 행정 명령이 발효된다. 그 내용을 보면 이란의 에너지·조선·해운·항만 분야 등과 관련된 거래 및 이들 분야와 관련된 철강 등 원료·반제품 금속 거래, 자동차 생산과 조립 등과 관련된 거래가 금액과 관계없이 모두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미국은 이란과 제재 대상 품목을 조금이라도 거래하는 데 관여한 해당 국가 은행에 대해서도 자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금지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해운업체들에 대한 제재로 사실상 수출 통로도 막히게 됐다. 세계 20대 해운선사들은 이미 이란으로 가는 화물 운송을 중단했으며, 환적 운송도 대부분 끊긴 상태다. 초강도 제재조치다.

이번 조치의 불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 튀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이란 수출액은 62억달러인데,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철강·자동차 부품 수출액만 16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란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2300개사이고, 이 가운데 530개사는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다. 일각에선 올해 수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최대 30%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제재 조치 강화는 이란의 대통령 선거 이후를 겨냥한 포석이다. 14일 실시되는 대선에는 6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며 보수파 대 중도파간의 대결이 될 것이다. 누가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이란 핵 문제의 향방은 물론 시리아 내전 사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전략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수파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과 대립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데도 정부는 이란과 거래하는 수출기업들에게 미리 대비책을 마련하라는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뒤늦게 대책반을 꾸리고 수출기업들에게 대체 수출선 알선,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사후 약방문’이나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국제정세를 잘 알 수 없다. 정부가 외국에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우물안 개구리’신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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