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우리기업과 중국사회의 소통

  • 등록 2013-05-15 오전 6:00:10

    수정 2013-05-15 오전 6:00:10

[태평양 상하이사무소 오기형 변호사 ] 삼성화재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자동차 책임보험 사업인가 기념식에는 소비자보호단체장이 VIP 손님으로 초청됐다. 이는 그 만큼 중국에서 소비자보호단체의 위상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중국 CCTV는 1997년부터 매년 소비자의 날 저녁 ‘315 폭로’라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해왔다. 폭로 대상에는 중국기업 상품도 있지만 외국기업 상품이 주로 부각된다. 외국기업 상품은 중국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다가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지적되면 악영향을 받는다.

올해는 애플이 AS 정책에서 중국 소비자와 다른 나라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내용이 지적됐다. 작년에는 맥도날드의 고기 보관상태, 까르푸의 신선육 보관기간 경과 등이 지적됐고, 2011년에는 한국 기업인 금호타이어가 사용하는 타이어 원료에 관한 보도가 있었다. 2010년에는 휴렛패커드의 제품 불만이 부각됐다. CCTV가 일단 보도하면 곧바로 중국 정부의 유관부서가 나서서 해당 제품 판매중지와 같은 시정조치를 내린다.

‘315 폭로’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이나 네티즌들은 대체로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며, 앞으로 해당 상품이나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값 싸게 근로자를 채용해 돈 벌고 있으면서도 중국 소비자에게 문제있는 제품을 판매한다거나 기업이 이윤만 추구할 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식의 지적도 나온다.

반면 CCTV를 통해 지적받은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도내용이 사실을 호도하는 측면이 있고 중국 정부도 CCTV의 일반적인 보도 및 네티즌의 반응만 고려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한 채 무리하게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보도내용의 정당성과 적절성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기 보다 초기에 충분한 해명과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중국 소비자들과 네티즌의 오해를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는 중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몇 년만 사업하다 그만 둘 계획이 아니라면, 우리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중국사회와 소통하고 중국사회 일원으로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 가령, 소비자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 이윤을 내 많은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첫번째 역할이다. 또한 중국에서 시기마다 필요로 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참여해야 한다. 일부 우리 기업들은 중국 농촌마을에 새 집이나 교육시설을 지어주고 있으며 장애인 지원활동, 사막화 방지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기업들이 많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다.

지난달 중국 사천성 야안시 루안현에서 지진 참사가 발생했다. 재해복구에 동참하고자 많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기부금을 전달했다. 그 가운데 중국삼성이 6000만 위안(약 108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 강원도가 지진관련 기부금 모금활동을 한다는 소식 등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는 당장 눈 앞의 이윤창출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물어가는 미국·유럽시장 이후 향후 20∼30년간 성장비전을 보여줄 중국시장을 생각한다면 중국화 되어가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중국소비자들과 사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해법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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