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맥 휘트먼, '첩첩산중' HP 살리기 쉽지 않네

이베이 성장 이끈 신화적 인물
HP서도 공격적인 R&D투자로 승부수..HP 회생 여부 주목
  • 등록 2012-11-15 오전 6:00:00

    수정 2012-11-15 오전 6:00:00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우리는 아직 우리의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2010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였던 마크 허드가 야심차게 던진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무색하게 2년 뒤 HP CEO는 두 번이나 교체됐다. 당시 1000억달러를 호가하던 HP 시가총액은 300억달러를 밑돌고 있고 주가 역시 10년 최저치로 추락했다.

HP의 굴욕은 아직 진행 형이다. HP는 올해 중국 경쟁업체 레노버에게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위태로운 HP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바로 세계적인 인터넷경매사이트 이베이 출신의 맥 휘트먼. 휘트먼은 1998~2008년 사이 이베이를 이끌면서 매출 8600만달러의 회사를 77억달러 규모로 성장시킨 신화적인 인물이다.

이베이에 발을 담그기 전에는 월트디즈니 부사장과 스트라이드 라이트 사장을 지냈고 지난 2004년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이베를 잠시 떠난 뒤 정계에 입문해 2010년 주지사 선거에 나가기도 했지만 패배를 맛봤고 지난해 9월 HP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HP를 암흑에서 구원할 다크호스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 휘트먼이 이끄는 HP는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다. 휘트먼이 HP CEO로 부임해 왔을 당시 HP 상황이 너무도 심각했던 여파가 커 보인다. 휘트먼은 당시 HP에서 7년간 신제품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을 크게 질타했다. HP의 지난 2003~2010년 사이 R&D 예산은 같은 기간 매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 37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줄었고, 지난해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하며 경쟁사인 IBM의 5.8%를 크게 밑돌았다. HP가 투자에 얼마나 인색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휘트먼은 이 분야에서 회생을 모색하기 위해 R&D 투자를 과감히 늘렸다. 휘트먼이 부임한 지난해 HP는 R&D 지출을 33억달러로 늘렸고 올해 3분기까지 비슷한 투자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 신제품 R&D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2014년말까지 HP인력의 8%인 2만700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과감한 R&D 투자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HP는 최근 새로운 프린터 라인을 공개하며 설욕을 다지고 있다. 이번 신제품은 휘트먼이 R&D 투자를 늘린 후 내놓은 첫 결과물이란 점에서 성공 여부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휘트먼은 최근 HP의 주력상품인 PC와 프린터 사업 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스마트폰 개발에도 착수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휘트먼의 요술 지팡이가 이베이에서처럼 HP에서 통할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HP가 수년사이 CEO가 자주 바뀐데다 R&D 투자부족이 장기적으로 이어졌고 잦은 기업 인수합병으로 현금이 부족해진 것을 부진 요인으로 꼽고 있다. 휘트먼이 해를 거듭하며 고착된 HP의 숙제를 풀고 새로운 드라마를 쓸지 여부에는 여전히 모두의 이목이 쏠려 있다.

맥 휘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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