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수요 독점 전략 경영`

  • 등록 2011-12-19 오전 6:00:00

    수정 2011-12-19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필 칼럼니스트] 2011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 테크월드 최대의 화제는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다. 드라마 같은 인생역정 뿐만 아니라 애플 신화에 대한 이야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잡스가 완성한 ‘애플 경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테크월드는 애플의 ‘수요독점(Monopsinist) 전략경영’을 한동안 눈뜨고 지켜봐야할 것이다.

애플 영업이익은 총매출의 40%가 넘는다. 월가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은 4.2%의 점유율로 52%의 수익을 가져가니 경쟁사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누적 현금 보유액은 1000억달러에 달한다. 성공의 배경이 모두 혁신적 제품 개발 및 디자인에 있다는 것만으로 설명이 안된다.

애플의 영업이익이 유지되는 비결은 잡스의 수요독점 전략에 있다. 경영학적으로 풀이하면 구매자가 공급업체들로부터 단독 구매자 지위를 가지며 최대 구매력을 보유하는 의미다. 아이팟 출시 이후 10년동안 잡스가 꼼꼼하게 다듬어온 경영 모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애플은 첨단 부품 개발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필요한 첨단 부품회사에 뭉칫돈을 선금으로 주면서 부품 개발 또는 공동개발을 의뢰하고 구매 개런티까지 한다. 조건은 최소 6개월에서 3년 정도 독점적 구매 지위와 최저가를 보장받는다. 애플은 미래 기술을 미리 사용한 신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는 가격 구조를 유지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본다.

울트라북이 등장하고 있다. 2007년 등장한 애플의 슬림형 노트북 맥북에어의 대항마 성격이다. 초슬림 노트북의 과제는 초강력 CPU가 아니라 배터리 효율성과 스피드다. 애플은 인텔로부터 4년전 맥북에어 전용 CPU를 최저가에 독점공급 받았다. 경쟁사가 유사제품을 만든다해도 성능과 가격에서 맥북에어를 따라잡지 못했다.

또 애플은 업계 최초로 노트북에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를 장착했다. 빠르고 가벼운 디스크로 포터블 기기에 최적화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알았지만 당시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매스 마켓에선 상상할 수 없는 부품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공급회사에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남들보다 더 빠르게 더 싼 가격에 SSD를 구매할 수 있었다. 2년전 출시된 아이패드는 뜯어놓고 보면 기능적으로 특별한 제품이 아니었음에도 경쟁사들은 가격적으로 매치할 수 있는 대항마를 내놓을때까지 18개월 이상 걸렸다.

또 애플의 구매력은 모니터 시장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일본 샤프와 차세대 스크린 생산을 놓고 5억달러의 선금지불 계약을 했으며 내년에는 애플TV 세트까지 나온다는 소문이다.

아이폰에 사용된 강화유리 역시 마찬가지다. 일명 ‘고릴라 글래스’로 불리는 강화유리는 미국 코닝사가 개발했지만 너무 고가라는 이유 때문에 용도 폐기된 특허기술이다. 잡스는 2006년 코닝의 CEO 웬들 위크스를 만나 생산설비도 없는 고릴라 글래스의 공급을 설득했다. 고릴라 글래스는 이후 2년동안 아이폰의 전유물이었다.

현재 전세계 PC시장이 신음하고 있다. 하드디스크 시장의 50% 이상을 공급해온 태국의 홍수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하드디스크에서 SSD 체제로 넘어온 회사다. 아이패드와 아이폰 아이팟 터치 등 모두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한 제품이며 태국 홍수사태로 인한 피해는 경쟁사에 비해 최소수준이다.

애플은 한발 나아가 최신 SSD 컨트롤러 기술을 보유한 아노비트(Anobit)란 회사를 5억달러에 인수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SD는 성능적으로 하드디스크를 앞서지만 안정성에서 아직이다. 그래서 대용량으로의 발전이 더디다.

하지만 아노비트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가격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애플의 움직임을 읽어낸 삼성을 비롯한 경쟁사들이 인수경쟁에 뛰어들고 있다지만 애플의 현금 동원력을 맞설 회사는 아무도 없다. 애플이 기술을 취득하게 되면 또 다시 경쟁사들은 기술과 가격 따라잡기에 안간힘을 써야한다.

잡스의 ‘수요독점 전략경영’은 미래의 첨단기술을 솎아내는 혜안과, 이어지는 과감한 투자가 결정적이다. 벌어 놓은 돈으로 잔치를 벌이거나 비자금 만드는게 아니다. 2011년이 다 지나가도록 이런 비결을 알면서도 손놓고 쳐다보는 경쟁사들이기에 그들은 영원한 ‘대항마 회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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