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금융위기 이전 주가 회복..다우 220p↑

연준 6000억달러 양적완화 발표에 환호
은행 배당금 확대 허용 전망도 주가 지지
  • 등록 2010-11-05 오전 5:43:16

    수정 2010-11-05 오전 5:43:16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4일(현지시간) 거래에서 급등세를 나타내며 2년여 전 리먼브러더스 붕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발표가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며 주요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연준이 은행들의 배당금 확대를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도 주가 상승폭 확대에 기여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219.71포인트(1.96%) 상승한 1만1434.84에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19포인트(1.39%) 오른 2575.46을,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3.09포인트(1.93%) 뛴 1221.05를 각각 기록했다.

이로써 주요 지수는 연중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물론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붕괴로 촉발됐던 금융위기 이전의 주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뉴욕 증시는 연준의 6000억달러 규모 국채 매입 발표에 환호하며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지속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상품 가격이 치솟으며 주가 상승을 지지했다.

전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문 발표 이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는 연준의 자산매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시장 일각의 우려는 크게 완화됐다.

개장 전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며 느린 고용시장 회복세를 확인시켜줬지만, 주식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연말 쇼핑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체들의 10월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소식도 관련 종목을 끌어올리며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 지도부와 오는 18일 회동을 갖기로 한 가운데 부유층 감세 연장에 대해 `열려있다`고 백악관이 밝힌 점도 투자심리에 도움을 줬다.

이어 장 후반 들어 연준이 은행들의 배당금 확대를 허용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오자 은행주가 일제히 급등하며 주요 지수가 상승폭을 확대했다.

채권시장은 연준의 국채 매입 기대감을 반영하며 5년물 수익률이 사상최저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유로화에 대해 9개월 최저를 기록했고, 국제 유가는 2% 넘게 오르며 배럴당 86달러대로 올라섰다.

◇ 리먼 사태 이전 주가 회복

지난 2008년 9월12일 다우 지수는 1만1421.99를 기록한 이후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동안 504포인트 빠진 바 있다.

경기후퇴가 종료되고 회복세가 진행중인 가운데서도 뉴욕 증시는 좀처럼 당시의 낙폭을 만회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주요 지수는 단숨에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 전업종 강세..원자재·은행주 급등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화이자를 제외한 29개 종목이 일제히 상승했다. 원자재, 에너지, 금융주의 강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연준의 양적완화 발표로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상품 가격이 치솟은 영향으로 원자재주가 일제히 올랐다. 프리포트맥모란은 7.00%, 인터내셔널페이퍼는 4.01%, US스틸은 3.63% 각각 뛰었다.

유가가 2% 이상 급등한 효과로 할리버튼, 슐럼버거, 코노코필립스, 셰브론, 엑슨모빌 등 주요 에너지주의 주가도 2~4%대 상승했다.

연준이 은행들의 배당금 확대를 허용할 것이라는 소식에 은행주도 강세를 보였다.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나란히 5%대 상승했고, 웰스파고가 3.78%, PNC파이낸셜이 3.46% 각각 올랐다.

10월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 메이시스, 삭스, JC페니 등 주요 백화점 업체들의 주가와 리미티드, 갭, 주미에즈 등 의류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급등했다.

또 퀄컴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기술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퀄컴은 5.80% 뛰었고, 구글, 인텔, 시스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 연준, 은행 배당금 확대 허용 전망

장 후반 WSJ은 연준이 은행들의 배당금 확대를 조만간 허용할 전망이라고 보도해 은행주 급등을 촉발했다. WSJ은 익명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보도에서 연준이 배당금 확대를 위해 은행들이 충족해야 하는 자본비율 등의 가이드라인들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은행들은 바젤III 기준에 따른 자본비율을 충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간체이스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은 금융위기 당시 축소했던 배당금을 다시 확대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보여 왔다.

◇ 버냉키 "양적완화가 인플레 불지피지 않는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날 WP 기고문에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더 큰 위험은 지나치게 높은 실업률과 불편하게 낮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하면서 양적완화가 향후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각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며 "경제는 현재 잠재 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주식과 채권의 가격을 높임으로써 연준의 국채 매입은 투자를 촉진해 실업률을 낮출 수 있고, 이미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신규 실업수당 청구 예상보다 증가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더 늘어났다. 고용시장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보여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0월30일 마감 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전주대비 2만건 증가한 45만7000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44만2000건을 점쳤지만, 실제 증가폭은 예상보다 더 컸다.

한편 노동부는 3분기 생산성이 연율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를 큰 폭으로 상회한 수준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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