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트리플 악재에 다우 1만1000p선 하회

중국 기습적 기준금리 인상..글로벌 성장세 둔화 우려
애플·IBM 부진한 실적전망에 어닝시즌 기대감 희석
뉴욕연은 등 BOA에 모기지 재매입 요구..은행주 부담
  • 등록 2010-10-20 오전 5:27:08

    수정 2010-10-20 오전 7:11:16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트리플 악재에 뉴욕 증시가 19일(현지시간) 거래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며 다우 지수가 1만1000포인트 선을 밑돌았다. 중국의 기습적인 금리 인상과 애플, IBM 등 주요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전망, 그리고 은행들의 모기지 재매입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165.07포인트(1.48%) 하락한 1만978.6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3.71포인트(1.76%) 내린 2436.95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8.81포인트(1.59%) 떨어진 1165.89를 각각 기록했다.

개장 전 발표된 중국의 금리 인상 소식이 글로벌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를 높이며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중국의 예상 밖 금리 인상에 달러 가치가 치솟고 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원자재주와 에너지주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또 미국의 9월 주택착공 증가에도 불구하고 착공허가가 5개월 최저로 떨어진 점도 주택시장 침체를 통한 미국 경기 회복세 지연 우려를 높였다.

전일 뉴욕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 호조 기대감을 반영하며 5개월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발표된 애플과 IBM의 실적 전망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이날 장 초반부터 매물을 쏟아내며 기술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3분기 실적이 월가의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가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잇따라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주요 지수는 한 때 낙폭을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뉴욕 연은을 포함한 기관투자자 컨소시엄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470억달러 규모 모기지 채권을 되사들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며 주가는 은행주를 중심으로 다시 낙폭을 급속히 확대했다.

결국 주요 지수가 1%대 중반의 내림세를 나타낸 가운데 다우 지수는 지난 7일 이후 8거래일 만에 마감가 기준 1만1000포인트 선을 밑돌았다.

주변 금융시장에서는 달러가 2개월 최대폭으로 상승했고, 국제 유가는 8개월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국채시장은 연준의 양적완화 기대감을 반영하며 강세를 보였다.

◇ 뉴욕증시 전업종 일제히 하락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28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알코아와 IBM이 3%대 떨어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인텔과 코카콜라는 미미하게 오르는 데 그쳤다.

S&P500의 주요 업종은 모두가 하락했고, 특히 에너지, 원자재, 헬스케어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중국의 금리 인상으로 상품 가격이 급락한 여파로 주식시장에서는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가 3.58% 하락했다. 여기에 UBS의 투자등급 하향이 겹친 에퀴녹스, 톰슨크릭메탈 등 자원개발주도 일제히 떨어졌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셰브론은 2.00%, 엑슨모빌은 1.75%, 옥시덴털은 4.97% 각각 빠졌다.

전일 발표된 애플과 IBM의 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았다. 그러나 애플의 실적 전망이 월가 예상치를 하회하고, IBM의 실적이 신규 계약이 감소했다는 소식은 향후 실적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애플과 IBM이 각각 3.36%, 2.64% 밀리며 기술주 약세를 주도했다.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하는 야후는 2.73% 내렸다.

또 은행주는 모기지 재매입으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하며 급락세를 보였다. BOA는 4.53%, 뱅크오브뉴욕(BNY) 멜론은 2.37%, 씨티그룹은 2.64%, 스테이트스트리트는 2.21% 떨어졌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IB) 부문의 호조로 3분기 순이익과 매출액이 월가 예상치를 상회한 효과로 약세장 속에서도 1.96% 상승했다.

◇ 중국 기습적 금리 인상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금리를 기존 5.31%에서 5.56%로, 1년만기 예금 금리는 2.25%에서 2.5%로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했다고 발표했다. 인상된 기준금리는 20일부터 적용된다.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2007년 12월 이후 3년여만이다. 이번 역시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난 8월 인플레이션은 3.5%까지 상승하며 22개월만에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보였다.

중국의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치솟았고, 주요 주식시장과 상품시장은 낙폭을 확대하거나 하락세로 돌아섰다.

◇ 미국 주택착공허가 5개월 최저

미국의 지난달 주택착공이 예상 밖으로 증가하며 5개월 최고를 기록했지만, 향후 주택착공의 가늠자가 되는 착공허가는 급감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주택착공은 전월대비 0.3% 증가한 연율 61만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전문가들은 주택착공이 58만채로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처럼 주택착공이 예상 밖으로 증가했지만, 향후 건설 활동을 가늠할 수 있는 착공허가는 5.6% 감소한 53만9000채를 기록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적었다. 예상치는 57만5000채였다.

◇ 추가 양적완화 지지 발언 잇따라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된 가운데 이날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잇따라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더들리 총재는 이날 뉴욕 연은에서 열린 경제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실업률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정책 담당자들은 금융 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드는 개혁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에반스 총재는 연설에서 "미국 경제는 대공황 이후 볼 수 없었던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며 "연준은 일시적인 고인플레이션을 촉진하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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