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커리지 "북핵,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선물"

  • 등록 2006-10-10 오전 5:31:39

    수정 2006-10-10 오후 1:33:46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블룸버그의 아시아 담당 칼럼니스트인 앤디 무커리지가 북한의 전격적인 핵 실험 강행이 장기적으로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선물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무커리지는 9일(현지시간) `북핵, 투자자들에게는 선물(A Nuclear North Korea Is a Gift to Investors)`이란 칼럼을 통해 핵 실험이 그다지 새로운 뉴스가 아니며 미국이 군사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미국의 경제제재로 북한이 붕괴할 경우 한국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커리지는 "김정일이 정권 연장을 위해 계산된 위험을 선택했다"며 북한의 핵 실험으로 전일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는 자연스런 조건반사일 뿐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방코 델타 아시아(BDA) 사건 등으로 미국의 금융제재가 점점 거세지고 있어, 핵 실험이라는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경제제재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김정일이 핵 실험을 통해 북한 정권을 군사적으로 전복하려는 미국의 선택을 차단할 것이란 계산을 했으리라는 것.

무커리지는 북한이 핵 실험을 했다고 해서 김정일이 남한을 향해 핵 폭탄을 터뜨릴 가능성이 핵 실험 이전보다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은 이미 `사실상 핵 보유국`이었으므로 `공식적 핵 보유국`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주변국의 안보 위험이 더 커진 것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무커리지는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나 성급한 통일은 남한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통일 비용이 2000년 기준으로도 1조70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김정일 정권을 유지시키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덜 드는 차선책일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는 김정일 정권의 유지를 위해 매년 20억달러~3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편 무커리지는 북한 핵 실험에 대해 국제 사회가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의 반란과 정권 붕괴의 위험이 있는만큼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제제재가 심하게 가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통일되면 중국은 미군을 자신들의 안방 문 앞에 두는 격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의 핵 실험에 분노하긴 했지만 김정일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커리지는 "북한의 붕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은 이제 김정일이 좀더 시장지향적인 독재자가 되는 대가로 정당하게 통치자금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무커리지는 "현 상황은 괴상한 균형 상태(a crazy equilibrium)지만 이는 한국 투자자들이 발을 뻗고 편안히 잠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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