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BP 사태 대처 위해 비축유 방출 검토"

  • 등록 2006-08-08 오전 3:55:34

    수정 2006-08-08 오전 3:56:58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세계 2위 정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송유관 누수로 알래스카 유전을 폐쇄, 국제 유가가 77달러를 돌파하자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의 크레이그 스티븐스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우리는 전략비축유 방출 건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정유회사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비축유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부는 이날 BP 및 서부 해안 정유회사들과의 회의를 갖고 현 상황을 평가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론자로 유명한 민주당의 뉴욕주 상원의원 찰스 슈머는 "이는 매우 적절하고 바람직한 일"며 "비축유 사용을 꺼렸던 백악관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73년 오일 쇼크 당시 아랍 국가들이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를 이유로 미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자 비축유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 만에 7억배럴에 달하는 비축유를 쌓아놓고 있다.

한편 전일 BP는 알래스카의 프루도 만에 위치한 유전에서 송유관 누수가 발생했다며 이 유전을 당분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BP는 이로 인해 하루 4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8%, 수입 원유를 포함한 미국 시장 공급량의 2.6%에 달하는 규모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고조,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의 도래가 맞물린 상황에서 BP의 유전 폐쇄까지 발생함에 따라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차질 우려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조만간 80달러를 돌파할 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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