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미국 영토에서 태어나면 무조건 시민권을 부여하는 ‘시민권 자동부여(birthright citizenship)’ 헌법조항, 이른바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미 의회 내에서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1868년에 비준된 수정헌법 제 1항으로,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귀화해 미 사법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의 자녀이거나 미국 원정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일지라도, 태어난 장소가 미국 영토이기만 하면 시민권이 자동으로 부여됐다.
그러나 미 의회 내 보수주의자들과 불법 이민자 차단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이 조항이 오랜 기간 잘못 적용돼 왔다고 주장한다.
네이선 딜(Deal) 하원의원 등 70여명의 의원들은 시민권 부여 조건으로 “부모 중 최소한 한 명 또는 미혼인 엄마가 미국 시민권·영주권자인 경우와 체류를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외국인의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부모가 합법적 체류자여도 임시 체류자일 경우엔 미국 태생 자녀에게 시민권 부여를 제한하는 등 시민권 취득 요건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약 10%인 연간 40여만 명은 불법 이민자의 자녀로 추정된다. 이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부모·가족들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닻(anchor)’이 되고 있어 ‘앵커 베이비스(anchor babies)’로 불린다. 그러나 AP통신은 27일 ‘시민권 자동 부여’ 원칙이 폐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원칙이 폐기되려면, 궁극적으로 남북전쟁 후 해방된 노예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만든 속지주의 원칙의 수정헌법에 대한 개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