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달러대로 치솟은 유가 앞에 주식시장이 힘없이 무너진 하루였다. 열대성 폭풍 `리타`가 허리케인으로 발전해 정유시설이 밀집된 멕시코만을 향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기대감도 빗나가자 유가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7% 뛰었다.
고유가가 미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꺾었다. 내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섣불리 행동하지 않으려는 심리도 가세했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84.31포인트(0.79%) 낮은 1만557.63, 나스닥 지수는 15.09포인트(0.70%) 떨어진 2145.26으로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6.89포인트(0.56%) 하락한1231.02로 마감했다.
다우 지수 구성 종목 30개 중 28개가 하락했을 정도로 블루칩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유가 7% 급등..휘발유는 14% 치솟아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4.39달러(7%) 높은 67.39달러로 장을 마쳤다. 67달러대의 종가는 2주 최고치다.
휘발유 가격 상승폭은 더 크다. 휘발유 선물 10월물 가격은 14.4% 높은 갤런 당 2.0427달러를 기록했다.
열대성 폭풍 `리타`가 정유시설이 밀집된 미국 멕시코만 일대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날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다. `카트리나`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매우 컸다. 리타는 오늘 오후 허리케인으로 발전, 향후 1~2일 안에 멕시코만에 도달할 예정이다.
OPEC 소식도 빼놓을 수 없다. OPEC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현 생산 쿼터를 유지키로 했다. OPEC이 생산 쿼터를 일일 50만~100만배럴 늘릴 것이란 기존 예상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 파티 오마르 빈 샤드완 리비아 에너지 장관은 "최근 유가 문제는 생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유 시설 부족에 있는 만큼 증산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유가급등에 정유업체 희색..자동차-항공주 울상
미국 1~2위 정유회사인 엑손 모빌(XOM) 주가는 1.46% 올랐고, 셰브론 텍사코(CVX)도 1.47% 상승했다.
반면 고유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자동차 업체 주가는 일제히 내렸다. 제너럴 모터스(GM)는 3.60% 급락했고, 포드(F)도 2.22% 떨어졌다.
항공업계의 아메리카 에어(AMR)는 4.47%, 컨티넨탈 에어(CAL)은 6.31%씩 급락했다.
◆M&A주 관심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각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하다.
노르웨이 정유업체 노르스크 하이드로(NHY)는 미국 독립 에너지 기업 스피너커(SKE)를 26억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다. 노르스크 하이드로는 스피너커 인수 후 멕시코만 정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소식에 스피너커 주가는 31.59% 치솟았다. 노로스크 하이드로도 0.37% 올랐다.
경쟁사의 외형 확장 소식에 UPS와 페덱스는 각각 2.49%, 2.82%씩 떨어졌다. 운송업체들은 유가 상승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유럽 대형 유통업체인 영국 테스코, 프랑스 까르푸 등은 미국 수퍼마켓 체인 앨버트슨(ABS)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마트(WMT) 역시 인수를 저울질 하고 있다.
앨버트슨은 0.77% 내렸고 월마트는 0.32% 올랐다.
◆나이키 강세-이베이 약세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NKE) 주가는 6.36% 뛰었다.
나이키는 회계연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비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나이키의 분기 순이익은 4억3230만달러(주당 1.61달러)로 작년 같은기간 3억2680만달러(주당 1.21달러)를 상회했다. 톰슨 퍼스트콜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 주당 1.42달러보다도 좋다.
반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EBAY) 주가는 0.43% 떨어졌다.
이날 베어스턴스는 이베이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이베이가 앞으로도 중국에 막대한 투자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며 이것이 이베이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씨티그룹은 광통신 장비업체 JDS 유니페이즈(JDSU)의 향후 전망이 밝다며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올렸다. 목표가격도 1.65달러에서 2.50달러로 상향했다. 그러나 주가는 3.76% 떨어졌다.
통신업체 AT&T(T)는 올해 3분기에 9000만달러의 세전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가는 0.85%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