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안산지역 중학교의 다문화가정 자녀(다문화학생)교육 문제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은 한국 학교 교육의 한계를 이렇게 제기했다.
정 위원장이 지적한 문제는 교육 방식에서 비롯됐다. 국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대부분 한국어로 다문화학생을 가르친다. 한국어를 배운 뒤 학교에 입학한 다문화학생은 수업을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학생은 교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한국어를 모르는 학생은 학교에서 수업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예절, 민주시민 의식 등을 배울 수도 없다.
일부 교사는 A·B중학교처럼 다문화학생이 몰리면 면학 분위기가 흐려진다며 다문화학생 비율을 학교별 50% 이하로 제한하고 여러 학교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교육청의 학생 지망 순위로 입학교를 배정하는 방식과 배치돼 실현하기 어렵다.
다문화가정 부모들은 학교 교육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이중언어(한국어·외국어 등 2개 언어 사용) 수업보조 강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어로만 하는 수업이 다문화학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와 외국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언어강사 확대가 시급하지만 학교는 법 규제로 강사 채용에 애를 먹는다. 노동법상 주 15시간 이상, 월 60시간 이상 근무자는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학교는 이를 피하려고 주 14시간 이하 근무 조건으로 이중언어강사를 채용하고 있는데 근무시간과 월급이 적어 강사들이 외면한다. 다문화학생의 학력 신장을 위해서는 교과(수학·과학 등)전담 원어민교사도 필요한데 공립학교는 현 제도에서 원어민교사를 채용할 수 없다. 저출산 시대에 다문화학생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해 교육부, 법무부 등은 부처 간 협력으로 이중언어강사와 원어민교사 채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