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둘째 주는 녹내장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녹내장협회(WGA)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WGPA)에서 지정한 ‘세계 녹내장 주간’이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 장애가 생겨 시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병으로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시신경은 망막에서 감지된 시각 정보를 눈 뒤편의 작은 통로를 통해 뇌로 전달하는 신경이다. 녹내장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어렵고 실명에 이를 무렵에서야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국내 녹내장 환자 수는 2021년 100만여 명을 넘어섰다. 노년 인구의 비중이 높지만, 스마트폰 이용 증가와 고도 근시, 당뇨 등의 영향으로 젊은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김용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한 번 악화되면 치료를 받더라도 시야와 시력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녹내장이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실명하지 않는다”고 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안압 상승과 노화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높은 안압은 장기적으로 녹내장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안압은 방수라는 액체에 의해 조절된다. 방수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계속 생성되며 배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이 방수 배출구에 이상이 생기면 방수의 생성과 배출의 불균형이 발생해 안압이 올라가게 된다.
이외에 당뇨가 오랜 기간 조절되지 않는 경우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섬유혈관 조직이 섬유주를 덮게 되면 안압이 크게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포도막염이라는 눈의 만성적 염증이 생겨도 섬유주가 망가져 안압이 올라간다. 원래부터 안압이 높게 형성된 눈도 있다.
그러나 안압이 정상이라도 녹내장이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정상 안압은 일반적으로 10~21mmHg지만 사람에 따라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시신경 손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경우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환자, 즉 ‘정상안압녹내장’ 환자의 비중이 높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 외에도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성인병이 위험 요인이다. 또 축성근시로 안구의 앞뒤가 길어지면 시신경이 당겨지면서 상대적으로 시신경이 더 얇아지고 구조적인 이상 발생률이 높아지며 녹내장 위험을 높인다.
녹내장 초기 증상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야의 주변부부터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런 증상은 점점 시야의 중심부로 확대되고 뿌연 안개처럼, 말기에는 검게 보인다. 그러나 증상이 아주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자각하기 어렵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증상을 자각하게 된다. 특히 글씨를 읽는 등의 시력은 대부분 보존되기 때문에 쉽게 알기 어렵다. 따라서 눈이 아프고 침침하거나 초점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 그리고 물체를 갑자기 놓치는 증상을 자주 경험한다면 바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 진단 시 안압 검사와 시야 확인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를 통해 시신경 모양, 시신경섬유층, 시신경 손상 등의 여부를 확인한다.
녹내장 치료를 위해서는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시신경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급성인 경우 안압을 내리는 안약을 점안하고 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등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만성인 경우에도 안압강하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안압이 내려간 후에는 레이저 치료를 통해 눈 속 방수의 순환을 돕고, 안압이 정상화된 후에는 시야 검사를 통해 시력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다면 녹내장 수술을 진행한다.
김용찬 교수는 “40대 이상이거나 고혈압 혹은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고도근시나 초고도근시인 경우,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정기적으로 안과에 내원해 녹내장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