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하락과 ‘전세사기 사태’로 이른바 ‘역전세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참에 전세 제도 관련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
18일 KB금융그룹은 전세제도의 문제점과 제도적 개선안을 담은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로 △역전세 현상 △무자본 갭투자 가능성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노출 △전세자금대출발(發) 가격변동성 상승 등을 꼽았다.
전세는 일정 금액을 집주인에게 맡긴 이후 주택을 일정 기간 임차하고 집에서 나올 때 그 돈을 돌려받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차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보증금 있는 월세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세는 주요한 임차 형태다.
서울의 경우 임차 가구 절반에 해당하는 약 48%가 순수 전세로 거주중에 있다. 연구소가 추정한 2022년 말 기준 전세보증금 규모는 약 900조~1000조원 수준이다.
전세제도의 가장 큰 리스크는 ‘가격 변동성’과 ‘임차인 손실 전가’로 요약된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데, 주택매매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고 그 손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되면 결국 임차인에게 손실이 전가될 수 있어서다. 전세보증금 손실 이슈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주택 구입, 근무지 이전, 자년 교육 등 관련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전세제도가 지금까지는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과도한 갭투자로 인해 전세사기, 깡통 전세 문제 등이 발생함에 따라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히 필요해졌다”고 평가했다.
|
KB경영연구소는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주택가격 왜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DSR 안에 전세자금대출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건당 대출 규모가 큰 데다 과도한 대출이 주택시장 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DSR은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한 예적금담보대출, 보험약관대출처럼 상환자금이 별도로 존재하는 대출은 제외하고 있다.
연구소는 “전세자금대출은 거래 금액이 커 금융비용 역시 커질 수밖에 없고,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대출은 결과적으로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DSR 포함 시 만기 일시상환 신용대출에 DSR 적용(만기 5년)보다 완화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고 원리금 상환을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인 정보 부족 문제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임대인 관련 정보 확인’과 ‘매매전세비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 ‘임차인 전입신고’ 효력을 신고 당일부터 적용하는 한편 금융기관들이 대출 실행 시 확정일자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전입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주택가격 급락 시 금융 기관 등이 주택을 구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하게 하는 ‘기업형 임대사업’ 확대도 ‘주택 경기 연착륙’ 및 ‘부동산 임대차 시장 거래 안정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임대주택을 직접 중개·관리해 하자 발생시 전세보증금 보존과 계약 파기 등을 책임질 수 있는 ‘기업형 중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등도 조속히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강민석 박사는 “단기적으론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되, 장기적으론 전세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