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봄철을 맞아 채소값이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14개월 만의 3%대 물가 상승률을 견인했다. 다만 채소류는 날씨 등 수급 불안 요인이 많고, 양파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외식 및 가공식품도 여전히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어 막사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꺾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은 작년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가 완연한 안정세를 보였다. 배추(-10.3%), 국산쇠고기(-6.7%), 쌀(-6.5%) 등이 모두 하락해 1.0%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구입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도 3.7%로 축소됐다.
특히 겨우내 크게 올랐던 채소류 가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3월 13.8%나 급등했던 상승폭은 4월 7.1%까지 낮아졌다. 품목별로는 △풋고추(-26.1%) △오이(-24.0%) △파(-22.6%) △딸기(-13.2%) 등의 하락폭이 컸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1% 오르는데 그쳐, 전체 평균치를 하회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봄철 채소류 공급이 회복되면서 4월 농축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5월 이후에도 기온이 오르고, 물량이 본격 출하되는 등 여건이 개선돼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식품 가격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채소류(7.1%), 수산물(6.1%) 등은 아직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파(51.7%), 고등어(13.5%), 닭고기(14.4%) 등 소비자들이 쉽게 찾는 품목들의 가격 오름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게다가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7.9%로 전체 평균치를 갑절 넘어서는 상황이다.
지난달 19개 품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잼(34.8%) △드레싱(32.6%) △치즈(24.9%) △물엿(23.7%) △어묵(22.6%) △참기름(22.1%) △파스타면(22.0%) 등이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여전히 물가는 높은 수준이고 아직도 상승을 야기할 국내외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며 “아직 안정 기조가 확고히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부양 등으로 전환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가격 등 외부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물가 둔화 흐름이 안착하려면 장바구니 물가가 꺾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내수활성화 대책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주요 농축수산물에 대한 20~30% 할인 지원을 이어간다. 최근 가격이 높아진 수입 품목에 대해서도 할당관세 인하도 지속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점검하면서 주요 식품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필요 시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등 수급 불안 요인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 2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