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실용적 관점에서 새 기준점 만들어야”[중국 수출 해법]①

[대중 수출쇼크…출구는]
(인터뷰)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미·중 무역전쟁은 이제 변수 아닌 상수,
기술 우위 토대로 실용적 접근법 찾아야"
"한국 전략적 가치 미·중과 친할 때 나와,
우리가 앞장선다는 메시지 줄 필요 없어"
  • 등록 2023-03-14 오전 5:00:00

    수정 2023-03-14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대(對)중국 수출 부진을 끊어내려면 실리 외교를 통해 경색된 한·중 관계를 푸는 것이 급선무라는 제언이 나왔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겉으로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대만에 으르렁거리면서도, 실제로는 교역량을 늘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만이 중국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 제조 역량을 무기 삼아 대중 압박에서 벗어난 것처럼 우리도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중 양국이 모두 필요로 하는 산업기술을 활용해 대중 수출 부진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우리나라는 두 나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드는 이유도 미·중 패권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강 교수 생각이다.

그는 “미·중 갈등이 더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서 우리가 감내해야 할 상황”이라고 봤다. 강 교수는 “트럼프 정부 때 시작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규범화하는 중”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고, 중국도 시진핑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미국에 대한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하고 있어 한국으로선 괴로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살 길은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미·중도 표면상으론 극한 대립을 할 수밖에 없지만, 양국 기업은 각자 살 길을 찾아 협력하는 것처럼 한국도 중국과 공통의 이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가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손잡고 미국 공장을 짓기로 한 걸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며 중국 기업을 견제하기로 했던 미국 행정부로선 자국 기업에 한 방 먹은 셈이다.

강 교수는 미·중 갈등과 무관한 새로운 협력 분야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강 교수는 “첨단산업 분야는 미국의 견제로 중국과의 협력이 쉽지 않지만, 그외 분야는 충분히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특히 31개 지방정부(성·시)는 중앙정부로부터 일정 정도 자율성을 가진 만큼 지역별 핵심 발전사업을 찾아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에도 중국과 소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줘야 한다고 했다. 무턱대고 미국을 추종한다는 인상을 (중국에) 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하고도 친하고 중국하고도 친해야 나오는 것”이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에 (참여는 하되) 우리가 제일 앞장서서 한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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