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채 고위험 가구가 지난해 말 현재 38만 1000 가구에 달하고 있다.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 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 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다. 매달 이자 내기가 버거울 뿐 아니라 집 등 가진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다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그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더불어민주당)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런 가구가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3.2%에 이르고 이들의 금융부채는 69조 4000억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6.2%나 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향후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신용(대출+판매신용)은 3월 말 현재 1859조 4234억원으로 경제 규모에 비해 과다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1분기말 기준 104.3%로 조사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줄곧 지적돼 왔지만 저금리 시대에는 금융안정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금리 시대로 바뀌면서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14조원 정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은 이미 지난 1년여 동안 기준금리를 2%포인트나 올렸으며 앞으로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오늘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연내 한번 더 빅스텝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3.5%로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1년 7월 말 대비 3%포인트가 높아지고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무려 42조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기업 쪽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 하는 기업이 지난 4년 동안 15%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 당국은 가계와 기업의 부실이 금융시스템 부실로 확대되지 않도록 금융 안전판을 강화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