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아마존 떠날 수 있었던 자신감은

탈 아마존 후 매출 20%↑
이커머스 업계, 개인화 추천 서비스 강화에 사활
롯데온, 초기화면 개편에 큐레이션 메뉴 반영
위메프, 애플 출신 CTO 영입으로 큐레이션 서비스 강화
"큐레이션 역량이 이커머스 업계 판도바꿀 것"
  • 등록 2022-10-04 오전 5:00:00

    수정 2022-10-04 오전 5:0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 2019년 말 나이키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철수키로 선언했다. 안정된 판매 채널을 버리고 직접 고객과 만나겠다는 것이었다. 나이키가 믿은 것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인공지능(AI)기술 기반으로 제공하는 ‘개인화 추천’(큐레이션)기술이었다. 당시만 해도 ‘되겠나’라는 우려가 컸지만 이 전략은 적중했다. 2019년 9~11월(2019 회계연도 2분기) 103억달러(약 14조8423억원)였던 나이키의 분기 매출은 지속 증가해 2년 만인 올해 1분기(6~8월,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127억달러(약 18조3007억원)로 20% 넘게 늘었다.

미술관·박물관에서 특정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는 의미의 개념인 ‘큐레이션’. 이커머스 업계가 AI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로 고객 잡기에 혈안이다. 국내에서는 무신사 등 ‘버티컬 커머스’를 중심으로 큐레이션 서비스가 발달했지만 최근에는 쿠팡, 네이버, SSG닷컴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도 큐레이션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큐레이션은 고객의 구매 이력과 성향을 AI가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쿠팡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A씨와 B씨가 보는 화면은 각각 다르다. 의류를 주로 구매하는 A씨와 식료품을 많이 사는 B씨의 성향을 AI가 분석해 쿠팡이 다른 상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고객의 발 크기나 디자인 취향을 분석해 어떤 신발이 적합한지 추천해 준다.

오늘날 이커머스 시장에서 큐레이션 경쟁력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이커머스 업계의 선두주자인 아마존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AI 기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아마존 매출의 30%가 큐레이션을 통한 매출로 알려졌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롯데온은 최근 화면 개편을 단행하면서 개인화 영역을 강화했다.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한 매출 기여도가 커지고 있어서다. 회사측은 “큐레이션 상품 매출이 하루 매출의 20% 가까이 차지하면서 개인별 추천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지난 8월 애플에서 AI와 머신러닝 개발을 담당한 이진호(49)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위메프가 향후 메타커머스(산재한 상품 데이터를 취합·분석해 이용자에게 편리한 쇼핑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모바일로 플랫폼을 확장한 지 12년 정도 지났지만 아직 데이터를 다루는 데는 초보 수준”이라며 “앞으로 어느 회사가 장사를 잘 하는지는 큐레이션 기술 역량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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