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김은비 기자] 기후변화 문제를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다음 세대’다. 여기에는 여전히 기후변화는 당장 나에게 닥친 문제가 아닌, 다음 세대의 문제라는 인식이 내재 돼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Tyler Rasch·35)는 ‘기후위기:가능성 있는 미래로의 초대’를 주제로 진행되는 ‘제13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사전 인터뷰에서 “더이상 다음 세대라는 표현은 사라져야 한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도 겪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인으로 국내 방송계에서 ‘언어천재’ 또는 ‘뇌섹남’으로 통하는 타일러 라쉬는 어린 시절부터 환경에 관심을 두고 2016년부터 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저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타일러 라쉬는 현재 기후변화로 겪고 있는 대표적 문제로 식량 위기를 꼽았다. 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전부터 수년간 미국·캐나다·인도 등에서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식량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많은 국가에서 곡물을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로 곡물 수확량이 계속 줄어들면 이같은 어려움은 더욱 강하게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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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환경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진보·보수 정치 성향에 따라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양쪽 모두 기후변화를 주요 위협 요소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미국 학부모 중 80%가 학교에서 환경 관련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는 통계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경우)최근 대선 등 선거 과정에서 기후위기가 아젠다에는 있지만 크게 언급되지 않는다”면서 “아직 유권자들이 기후위기를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타일러 라쉬는 이를 위해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 세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은 투표할 때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것이다. 그는 “일자리, 세금, 부동산 문제를 고려하듯 기후변화 문제를 염두에 두고 누구를 뽑을지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소비를 할 때 친환경 인증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책임있게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은 기후변화 담론의 일상화다. 그는 “기후변화는 우리 밥줄이 달린 문제나 마찬가지”라며 “그만큼 자주 얘기하고 공론화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