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시시각각 커지는 긴축 공포…S&P 조정장 재진입

다우 지수, 1년6개월래 최대 폭 하락
S&P, 올초 고점 대비 10% 이상 빠져
증시 짓누른 파월 의장의 긴축 경고등
50bp 올린 캐나다, 이번엔 75bp 시사
긴축 공포에 2년 국채금리 2.8% 육박
증시 이끄는 빅테크주, 줄줄이 약세로
  • 등록 2022-04-23 오전 5:40:16

    수정 2022-04-23 오전 5:40:16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추가 급락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공격 긴축 발언을 소화하면서 국채금리가 재차 뛰었고, 이에 투자 심리가 고꾸라진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초 고점 대비 10% 이상 빠지며 기술적 조정장에 다시 진입했다.

(사진=AFP 제공)


캐나다 중앙은행, 75bp 인상 시사

2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2% 하락한 3만3811.40에 마감했다. 하루 하락률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0월 28일 이후 1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 떨어졌다.

대형주 중심의 S&P 지수는 2.77% 내린 4271.7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55% 떨어진 1만2839.29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52% 빠졌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무려 23.24% 급등한 27.95를 기록했다. 투심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방증이다.

다우 지수와 S&P 지수, 나스닥 지수는 이번주 각각 1.85%, 2.75%, 3.73% 떨어졌다. 다우 지수는 4주 연속 하락했다.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3주 연속 빠졌다. 특히 S&P 지수는 올해 1월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서 기술적 조정장에 재차 진입했다.

장 초반부터 약세장 압력이 컸다. 월가 인사들은 하루가 지난 파월 의장의 발언을 여전히 곱씹었다. 그는 전날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5월 회의 때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테이블 위에 오를 것”이라며 “인상을 조금 더 신속하게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월 3~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50bp를 올리겠다는 뜻이다.

월가는 연준이 5월 외에 6월 회의 때 50bp, 더 나아가 75bp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5월 50bp 인상할 가능성은 99.8%를 기록했다. 사실상 이견이 없다는 의미다. 6월 회의 때 75bp 추가로 올릴 가능성 역시 82.7%에 달했다. 추후 긴축 폭 전망이 시시각각 더 강해지면서 공포는 커지는 기류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분석가는 “매파적인 중앙은행과 국채금리의 상승이 다시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라며 “이렇다 할 새로운 건 없지만 통화정책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일깨웠다”고 전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가 더 가파른 긴축 의지를 보였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BoC) 총재는 전날 취재진과 만나 추후 통화 긴축 조치를 두고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주보다 더 큰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BoC는 지난주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금리를 50bp 전격 인상했다. 그런데 최근 나온 캐나다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7%까지 뛰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예상치(6.1%)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1991년 1월 이후 최고다. 이 때문에 BoC가 더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졌다. 맥클렘 총재의 언급은 한 번에 50bp를 넘어 75bp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그는 직전 50bp 인상을 두고 “이례적인 것”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그 이상의 강력한 조치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맥클렘 총재는 “세계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린 공급 압력이 완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필요한 만큼 강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채금리는 이날 재차 폭등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789%까지 치솟았다. 2018년 12월 이후 볼 수 없었던 레벨이다. 10년물 금리는 2.975%까지 상승했다. CFRA의 샘 스토발 수석투자전략가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전망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계속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금리 급등…빅테크마저 약세

미국 증시를 이끄는 빅테크주 주가는 모두 약세를 보였다. 애플(-2.78%), 마이크로소프트(-2.41%), 아마존(-2.66%), 알파벳(구글 모회사·-4.26%), 테슬라(-0.37%), 메타(페이스북 모회사·-2.11%) 등은 부진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3.31% 떨어졌다. 넷플릭스 주가는 이날 역시 1.24% 내렸고, 전기차업체인 리비안과 루시드 주가는 각각 0.44%, 2.25% 떨어졌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대체로 하락했다. 어두운 실적 전망을 공개한 의류업체 갭(GAP) 주가는 18.04% 폭락했다. 갭은 경영난 탓에 초저가 의류 브랜드 올드 네이비(OLD NAVY)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기로 했다. 버라이즌의 주가는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요금 가입자가 월 3만6000명 감소했다는 소식에 5.79% 하락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미국장처럼 공격 긴축 우려에 일제히 내렸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9% 하락한 7521.68에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99%,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2.48% 각각 떨어졌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2.24% 하락한 3,840.01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7% 하락한 배럴당 102.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의 도시 봉쇄 우려가 이어지면서 원유시장은 약세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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