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한 장에 100만원?'...돈 벌어주는 효자 반려식물

홈가드닝 유행 따라 ‘식물+재테크’ 관심 커져
거래량 따라 가격조정...변동성 커 주의 필요
  • 등록 2022-03-21 오전 6:00:00

    수정 2022-03-21 오전 6:00:00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경기도 김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 중인 지은영 씨는 2년전 지인으로부터 몬스테라를 선물 받았다. 처음에는 두 개의 작은 잎사귀뿐이었지만 정성을 쏟아 키우다 보니 큰 잎으로 자라났다. 그러다 카페에 놀러 온 지인이 몬스테라 잎사귀 1개를 분양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지인이 제안한 가격은 무려 55만원. 지씨는 잎사귀가 2장인데다 가격도 괜찮아 분양을 해주기로 했다. 그는 “2년 전 선물받은 식물이 의외의 효자노릇을 했다”며 “주식이나 비트코인보다 수익률도 쏠쏠하니 앞으로 더 잘 키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물을 기른 다음 되파는 일명 ‘식테크(식물+재테크)’가 인기다. 과거에도 마니아들이 ‘난’ 등의 꽃을 피워 사고파는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테크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최근 유행하는 식테크는 희귀종 중에서도 잎사귀가 크고, 독특한 색을 뽐내는 ‘무늬종 관엽식물’이 주 대상이다. 무늬종은 엽록소가 부족해 녹색 대신 흰색이나 노란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의 잎이 발현되는 변종으로 공급량이 적어 자연스레 높은 가격대가 형성됐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잘 키운 잎사귀 하나, 비트코인 안부럽다’

현재 식테크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식물은 몬스테라다. 몬스테라는 예쁘고 큰 잎사귀 덕분에 마니아들 사이에서 관상용으로 길러져 왔다. 몬스테라의 잎사귀는 생장점이 있는 줄기 부분을 물에 넣으면 다시 뿌리가 자라난다. 번식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잎사귀 한장씩 매매가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는 기생충인 바나나뿌리썩이선충(Radopholus similis) 발견으로 국내 수입이 금지되면서 몬스테라 몸값은 더 높아졌다. 바나나뿌리썩이선충은 감귤류나 당근 등 농산물 생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병해충이다.

특히 무늬종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서 일반 몬스테라 가격은 약 1만원 수준이지만 흰색이 섞인 몬스테라 ‘알보’나 노란색이 섞인 ‘옐로 몬스테라’는 잎 한 장에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크기가 크고 무늬가 독특할수록 비싸진다. 작은 무늬종을 사 크게 키우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셈이다. 가격은 옐로 몬스테라가 높은 편이다.

다만 무늬종은 일반 몬스테라에 비해 키우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일반 몬스테라는 집안 온도를 춥지 않게 유지하고 물만 줘도 잘 자란다. 반면 무늬종은 햇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없어 자칫 잘못하면 잎사귀가 타기 쉽다.

몬스테라 외에도 안스리움, 필로덴드론 등 병해충 가능성으로 수입이 제한된 실내 식물들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필로덴드론은 2019년부터 인기를 끈 식물이다. 필로덴드론은 몬스테라 알보와 비슷하게 잎이 크고 줄기를 따라 진한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필로덴드론 글로리오섬의 경우 당근마켓에서 5만~2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식테크가 인기를 끌면서 중고플랫폼 내 식물거래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플랫폼 내 식물 거래 건수는 최근 2년 사이 꾸준히 증가했다. 등록된 주요 실내 식물 3종(필로덴드론·알보몬·제라늄) 상품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 등록 건수는 19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월에는 2622건으로 10배가 넘게 늘었다. 같은 해 9월에는 3866건을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 당근마켓도 2020년 ‘식물’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희귀종보다 일반 관엽식물 위주로 시작해야

식테크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희귀식물의 경우 대부분 개인간 거래로 이뤄지는 탓에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이기도 하고, 제대로 알지 못해 다른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예컨대 판매자가 몬스테라 알보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몬스테라 타이 컨스틸레이션’을 알보로 속여 판매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식물을 키우는 게 서투르다보면 키우는 도중 죽거나 잎이 상해 상품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살 때보다 가격이 떨어져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전문가들은 식물을 키우기가 처음이라면 저렴하고 번식력이 좋은 상품을 먼저 키워보며 ‘경험치’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의 저자 송한나 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생활이 많아지면서 홈가드닝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또 요즘 아파트들이 베란다 확장형이라 집안이 계속 따뜻해 식물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 된 것도 반려식물을 많이 키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식테크가 입소문을 타면서 문의가 많지만 희귀종은 워낙 고가이고 초보자들은 구하기도 힘든 편”이라며 “식테크를 한다면 일단 동호회나 카페 활동을 많이 해서 정보수집을 하는게 우선이다. 무늬종보다는 일반 몬스테라처럼 키우기 쉬운 반려식물에 도전해 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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