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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놀이터로 불리던 ‘메타버스(meta-verse)’가 어느 샌가 경제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명품 브랜드 ‘구찌’가 입점했다는 소식이 국내에서 메타버스를 경제용어로 받아들이게 한 포문을 열었다. 메타버스가 단순한 만남의 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음을 알린 것이다.
이후 메타버스는 여러 기업의 비즈니스 실험장으로 부상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제페토에서 쏘나타 N라인의 시승 서비스를 선보였고, GS리테일은 8월 문을 여는 싸이월드에 편의점을 열 계획이다. 하나은행·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은행장들이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간담회나 연수원을 열기도 했다.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사옥을 없애고 35층 건물 규모로 구현한 가상공간 ‘메타폴리스’로 이사해 메타버스 근무를 시작했다.
국내 메타버스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상균 강원대 교수(메타버스랩 소장)는 “올 들어 50곳이 넘는 기업이 메타버스 활용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를, 유통사는 기존의 온라인과 라이브 커머스 다음의 것을 찾고자 하는 요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메타버스를 학습하고 체험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가 산업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진정한 디지털 신세계가 되려면 현실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정도의 가상화폐(NFT·대체불과토큰)와 고도화된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솔루션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과거 기업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쇼핑몰과 생산설비 강화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현실공간의 비즈니스 가치를 메타버스를 통해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