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 협진]간암이 무서운 이유? 유독 특정질환자 발병비율 높아

70% 이상 손상, 비로소 자각증상 느낄 수 있어
  • 등록 2021-07-11 오전 7:23:26

    수정 2021-07-11 오전 7:23:2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특정질환자에게 주로 발생한다. 대부분 만성 간질환자다. 만성 B·C형 간염, 그리고 간경병증이 간암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폐암에 이어 암사망률 2위인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원인 질환만 잘 관리하면 암 예방과 완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김기애 교수는 “간의 70% 이상이 손상되기 전까지는 환자 스스로 어떠한 증상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율이 매우 낮다”며 “증상이 있더라도 간질환 병력이 있던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질환과 간암의 증상을 혼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정기적인 검진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증상이 있는 암은 이미 완치가 어려운 진행된 상태가 많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암환자의 특징을 키워드로 살펴보면, ‘남성’, ‘50~60대’, ‘만성 간염’, ‘간경변증’이다. 간암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과음하는 경우, 간암 발병률은 더욱 높아진다. 특히 만성간염이나 초기 간경변증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검사 없이는 스스로 간염 상태를 인식하기 어렵다.

김기애 교수는 “특별한 증상이 아니더라도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식욕저하, 체중감소, 복부 불편감 등이 느껴진다면, 간질환 검사(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국내 간암의 75%는 만성B형간염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에 만성 B형간염 환자라면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 발병위험을 낮추고, 완치가 가능해진 만성 C형 간염 환자 또한 경구 약제 복용 이외에도 추가적인 간 손상을 최소화하고 간암 감시 검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간암을 조기에 정확하게, 그리고 보다 간단하게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다양한 종양표지자를 이용한 혈액검사 등이 있으나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초음파 검사와 알파태아단백 혈액검사의 정기적 시행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손꼽힌다.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알파태아단백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간암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간암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 중 하나는 간 절제술이다. 수술 성적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하지만, 실제로 간암 진단 환자 중 절제술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의 10~20%에 그친다. 이는 대부분의 간암환자가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 기능이 저하되어있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김범수 교수는 “현재 간암의 치료는 표준화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의 간암의 치료 성적은 우수한 편”이라며 “간암의 개수, 크기 및 위치, 간 기능의 상태, 환자의 연령 등 여러 가지 사항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치료방법을 선택한다면 치료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절제술에 있어서는 과거 개복수술에 비해 흉터와 출혈, 통증이 적고, 회복시간 빨라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복강경 간절제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5cm 이하의 단일간암에 대해 간의 좌외구역절제술이나 우하 좌외구역의 간 표면의 경우 권고되었는데, 최근에는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이외에도 실제 개복술처럼 3차원 수술 영상을 제공하고 사람의 손처럼 7도의 자유도를 가진 로봇 간절제술은 적용 가능성과 안정성을 증명하고 있다. 수술 후에는 수술 부위의 감염이나 출혈, 폐렴, 담즙누출, 황당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간 기능 회복과 함께 증상이 호전된다. 간 절제 후 5년 동안 약 60%의 재발률을 보이며 재발 간암의 80%가 간 내에 발생한다. 재발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양상에 맞춰 간이식, 간절제술, 고주파치료, 경동맥화학색전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치료할 수 있다.

김범수 교수는 “간 기능이 나빠 간절제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간외 전이가 없으며 종양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적다면 간경변증과 간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인 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에 육박하지만, 국내에서는 뇌사자간이식 기증자가 부족해 가족에 의한 생체부분간이식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간암 다학제협진팀은 소화기내과, 간담도췌장외과, 영상의학과, 인터벤션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혈액내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들과 다학제적 위원회를 통해 환자의 맞춤형 진료 및 치료를 제공하며 최상의 치료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김기애 교수(좌측)와 간담도췌장외과 김범수 교수(우측)가 간암 환자의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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