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에 날파리가 아른아른 ‘비문증’, "치료해 말어"

노화로 발생하는 생리적 비문증, 시력에 지장 없어
시력 위협하는 병적 비문증, 즉시 치료 해야
  • 등록 2021-04-25 오전 8:00:37

    수정 2021-04-25 오전 8:00:37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60대 중반 여성 강 모씨는 얼마 전부터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날파리 같은 것이 순간적으로 보여 거울을 보며 빼내려 애를 써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이러다 말겠지 생각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증상이 계속되니 일상생활도 점점 불편해졌다. 눈을 비비는 횟수도 늘어가 병원을 찾은 강 씨는 비문증 진단을 받았다.

일명 날파리증으로 불리는 비문증은 실제로 존재하진 않지만 허공이나 흰 벽 또는 밝은 물체를 바라볼 때 파리나 모기, 머리카락, 그을음, 아지랑이, 까만 점 등이 떠다니는 증상이다. 시선을 움직이면 이러한 물질들이 따라다니는 게 주된 증상이다. 심한 경우 눈앞에 불이 번쩍거리는 섬광이 보이기도 한다.

◇노화로 발생하는 생리적 비문증, 시력에 지장 없어

비문증은 생리적 비문증과 병적 비문증으로 나뉜다. 생리적 비문증은 유리체의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비문증. 안구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맑고 투명한 젤 같은 물질인 유리체가 탁해진 게 원인이다. 생활에 불편은 주지만 혼탁해 보이는 개수가 거의 일정해 시력을 위협하진 않는다. 유리체로 인해 비문증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유리체의 액화 현상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유리체의 점도가 떨어지면서 점차 묽어지는 액화현상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유리체를 구성하는 콜라겐 섬유와 히알루론산의 배열이 흐트러지면서 콜라겐 섬유들이 뭉치게 된다. 이렇게 뭉쳐진 콜라겐 섬유 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오는 빛을 방해하며 비문증을 일으킨다. 생리적 비문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 단, 아주 심한 근시가 있다면 유리체 액화 현상이 일반인보다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후유리체 박리

유리체가 눈 뒤쪽 망막에 붙어 있다가 떨어지는 과정이다. 이때 시신경 둘레를 따라서 붙어 있던 부분이 떨어지며 만든 흔적이 비문증을 일으킨다. 발생률은 66~86세에서 66%, 50세 이상에서 53% 정도다.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으나 간혹 8~15%에서는 후유리체 박리 과정 중 망막열공이 합병되는 경우도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심한 근시, 백내장 수술 후, 망막박리를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안과 김주상 교수는 “생리적 비문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걱정보다는 균형 있는 식사,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시력 위협하는 병적 비문증, 즉시 치료 해야

병적 비문증은 노화 현상과는 달리 병적인 원인에 의해 유리체 혼탁이 생기거나 부유물이 떠다니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출혈, 염증세포, 망막열공편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시력을 위협할 수 있는 당뇨망막병증을 포함한 망막혈관질환, 포도막염, 망막열공, 망막박리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리적 비문증과 달리 증상이 심해 시력을 위협할 수 있다.

▷망막박리

안구 내부의 뒤쪽인 망막 부분이 벗겨져 실명하는 질환이다.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면 망막은 필름에 해당하는 작용을 한다. 0.33mm의 얇고 투명한 신경조직이다.

▷유리체 출혈

유리체는 투명한 조직이어서 혈관이 없다. 따라서 유리체 출혈은 유리체 주위 조직의 피가 유리체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특히 망막의 출혈량이 많을 때, 망막 내의 출혈된 혈액이 유리체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포도막염

안과 질환의 하나. 포도막은 모양체 · 홍채 · 맥락막의 3가지로 이루어진다. 색소와 혈관이 풍부하여 차광에 도움이 되고, 안구의 영양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포도막에 발생하는 염증을 총칭하여 포도막염이라고 한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대표적인 당뇨병 혈관합병증이다. 망막에 이상을 일으킨 상태로 증상은 주로 망막의 가는 혈관이나 모세혈관에 나타난다. 진행이 비교적 느리고 시력장애 정도도 가벼운 비증식망막병증과 진행도 빠르고 실명될 가능성이 있는 증식성 망막병증이 있다.

김주상 교수는 “병적 비문증을 생리적 비문증으로 오인해 치료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병적 비문증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망막열공이 있으면 레이저 치료를, 포도막염이 있으면 염증 치료를, 당뇨망막병증이 있으면 당 조절과 함께 레이저 치료와 유리체 내 주사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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