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자24시]‘카드뉴스’로 국감 평가하겠다는 민주당

‘與 우수의원 평가 기준에 SNS 홍보’ 놓고 왈가왈부
일만 늘어난 與보좌진 부글부글
국정감사는 행정부 견제 기능… 본말 전도해서야
  • 등록 2020-10-18 오전 6:00:00

    수정 2020-10-18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국회의원 보좌진이 가장 바쁠 때는 언제일까요. 아마 선거를 앞둔 때가 아니라면 국정감사 시즌일 겁니다. 국감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의정활동 1년 평가가 달라지곤 합니다. 버티는 피감기관에 자료제출을 압박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피는 한편 질의서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눈코 뜰 새 없는 기간이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감사는 사실에 기초해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고유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인 올해는 일거리가 늘었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우수의원 선정기준에 온라인 정책활동과 카드뉴스 제작을 포함시키겠다고 하면서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 국정감사 관련 내용을 카드뉴스 형태로 제작해 공개하라는 의미입니다. 카드뉴스는 그림파일로 편집·제작해야 하는 데다 유튜브는 영상 작업을 따로 해야 합니다.

민주당의 방침을 놓고 보좌진 사이에 불만이 팽배합니다. 당장 국정감사를 코앞에 두고 평가 기준이 달라진데다 카드뉴스나 동영상 제작을 따로 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 달 가까이 국정감사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와서 SNS로 홍보도 하라고 하니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국정감사 우수의원의 보좌진으로 선정되는 것은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 개인적으로도 업무 역량을 높게 평가받습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올해 평가는 기존대로 진행해야 하되 변경된 제도는 내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당은 SNS 활동의 양보다는 내용을 평가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으나 보좌진 입장에서는 영 찝찝합니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평가도 들립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만드는 카드뉴스만 늘어납니다.

국정감사에서 소속 의원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SNS와 카드뉴스로 알리고 싶은 민주당 지도부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해 비대해진 정부를 견제하는 헌법이 보장한 고유의 기능입니다.

내용이 알차면 자연스레 국민에 알려집니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며 주목받은 박용진 의원이 좋은 예입니다. 이후 박 의원은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담은 이른바 ‘유치원 3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국민적 지지를 얻었습니다. 박 의원이 홍보에 집중해 ‘국감스타’가 됐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첫 번째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정감사는 사실에 기초해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고유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허위정보에 기반을 둔 폭로나 무차별적인 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었으나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정감사 고유의 기능을 위해 보좌진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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