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올해 예산만 2억…전두환, 왜 아직도 경호 받을까

전두환, 예외 규정 따라 경찰 경호..올해 예산 2억원
관련 개정 법안 국회서 3년째 계류 중
  • 등록 2020-04-30 오전 12:30:00

    수정 2020-04-30 오전 12:30: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첫 공판 참석 이후 줄곧 법원에 나오지 않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년 만인 이번 주 다시 법정에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법정 불출석 사유였던 알츠하이머 투병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골프 라운딩으로 충격을 줬던 전씨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호원을 대동한 모습이었습니다. 반란수괴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씨는 왜 아직도 나랏돈으로 경호를 받고 있는 걸까요?

금고 이상 형 예우 박탈..‘경호’ 빼고

전씨는 1997년 대법원 판결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습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7조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고는커녕 1심 사형에 2심에서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된 전씨의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보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후 부인 이순자 씨와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이 규정에는 “제6조 제4항 제1호에 따른 예우를 제외하고”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제6조 제4항 제1호에 따른 예우란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라는 다분히 모호한 규정입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해 연금 등은 주지 않더라도 경호는 계속해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경찰은 아직 추징금이 1000억원이나 남은 전씨의 경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0억원이 넘게 사용된 전씨 경호예산은 올해에도 2억원 넘게 편성됐습니다.

경찰청이 여론에 따라 올해 경비전담 의경 50명은 철수시켰으나 경찰 근접 경호인력 5명은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호인력은 전씨가 재판까지 무시하고 찾은 골프장도 따라다녀야 했습니다.

경찰청은 규정에 따라 계속하던 경호를 중단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전히 5.18 사태를 부정하는 이들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씨에 대한 경호중단은 경찰에게는 확실히 ‘정치적 사안’으로 느껴질 법도 합니다. 전씨 동상조차 심하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경찰은 관련법을 개정해줘야 경호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관련 법안, 국회서 3년째 계류중

논란이 큰 사안이다 보니 당연히 국회 논의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 17명은 문제의 예외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직대통령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발의 취지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또는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를 시도 중인 사람 등에 대하여도 경호 및 경비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와 국가에 공헌한 전직대통령에게 합당한 예우를 하고자 하는 이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를 규정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서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 법안 역시 2018년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 걸맞게 두개의 법안 모두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채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달 남은 20대 국회가 재난지원금 문제로 씨름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이 법안 존폐 여부는 21대 국회에 가서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씨의 사자명예훼손 형사 재판에 출두하여 심리를 마친 전 씨가 탄 차량이 법원 후문을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논리 역시 어찌 보면 이상합니다. 공익 목적으로 특정인사를 신변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면 범죄자를 나라가 나서 지켜줘야 할 이유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전씨가 정말 개인 안전상의 문제를 느낀다면 사비를 들여 경호원을 고용하면 될 일입니다. 전씨의 재산이 29만원 뿐이라 정부가 이를 고려한 걸까요? 광주 민주화사태 발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씨의 경호 문제에 대해 입법부뿐만 아니라 경호를 담당하는 행정당국 역시 확실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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