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선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섬유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에 벌집 모양의 구멍이 생기고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무서운 질환”이라고 말했다.
◇감기와 달리 장기간 증상이 계속돼
폐가 딱딱해지는 폐섬유증에 걸리게 되면 점차적으로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이 찾아온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으나 병이 진행되면서 호흡이 어려워지게 되고, 특히 운동을 하는 등 격렬하게 움직일 때 증상이 심해진다.
기침과 가래라는 증상 때문에 단순 감기와 혼동할 수도 있지만 빠르면 1주일에서 2주일 이내, 아무리 늦어도 대개 1개월 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감기와 달리, 특발성 폐섬유증은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증상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감기나 폐렴의 경우에는 가래의 색깔이 노란 빛을 띠지만, 폐섬유증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하얀 가래가 나오는 등 차이가 있다. 따라서 수개월 이상 기침이나 가래가 호전되지 않고 호흡곤란 같은 증세가 계속된다면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장기간 호흡곤란이 계속되다 보면 저산소증이 올 수 있고, 이로 인해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곤봉지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폐섬유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도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고령, 흡연, 유해공기, 금속이나 목재 먼지에 자주 접촉하는 것, 위-식도 역류증과 연관이 있다는 가설이 있다. 드물지만 가족성으로 폐섬유증이 나타나는 경우 특정 유전자 변이가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유전자 변이로 발병기전을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박종선 교수는 “흡연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폐섬유증이 발생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흡연자에서 폐섬유증이 발생하게 된다면 예후가 비흡연자에 비해 나쁘고 질환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특히 유의해야 한다”며 “드물게 가족성으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흉부 CT 등 정기적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방사선·조직 검사 등을 통해 진단
폐섬유증은 기본적으로 흉부 엑스레이 검사와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증상과 병력, 그리고 방사선 촬영만을 통해서 진단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확진을 위해 수술적 폐 조직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때 조직검사는 전신마취 후 흉강경을 이용해 시행한다. 그밖에 폐기능 검사를 통해 폐섬유증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통해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상이 있는 부위를 생리식염수로 세척해 가래를 뽑아내는 검사로, 가래의 성분을 분석해 진단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꼭 전문의 찾아 정확한 신단 받아야”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진단된 경우, 평균적으로 3년 안에 절반 정도의 환자가 호흡 문제로 사망하게 된다. 병이 진행되면서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폐에서 산소 교환이 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일부 환자는 폐암이 생기거나 폐렴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굳어진 폐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확한 발생기전을 모르기 때문에 맞춤형 예방법은 없지만, 전반적인 폐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자라면 꼭 금연하는 것이 좋으며 분진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다면 방진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필히 착용하는 등 폐 건강에 해가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박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이 어렵고 질병의 진행경과도 개인에 따라 차이가 커 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계속해서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폐섬유증 환자라 할지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꾸준히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