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전국은 일주일 내내 재난안내 문자가 잇달아 발송될 정도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오갔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충청과 호남, 제주 등에서 미세먼지가 늘 수 없는 상황인데,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미세먼지는 북한에서도 많이 내려온다고 본다”고 답했다.
최근 언론과 환경 단체들 사이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자체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한다. 미세먼지가 북한에서도 내려온다는 조 장관의 발언은 사실일까? 스냅타임 팩트체크 결과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대기오염…석탄 연료로 심각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8년 세계 건강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북한의 인구 10만 명당 207.2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WHO가 조사한 회원국 중 15위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국가로 자주 언급되는 중국은 112.7명으로 북한에 비해 한참 낮았다.
지난 1월 14일 BBC 코리아는 ‘미세먼지: 북한도 미세먼지 심각’이라는 보도 기사에서 북한 대기오염의 주원인은 석탄과 갈탄이라고 전했다. 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에너지원을 사용하면서 대기오염이 심각해진다는 얘기다. 이어 BBC는 화력 발전소와 산업 시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평양과 평안남도에서 가장 오염 수준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근거 자료는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북한의 환경과 기후변화 전망’이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원의 경우 도시 지역은 석탄이 63%, 농촌 지역은 나무가 77%를 차지했다. 모두 불에 태울 경우 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자원이다.
북한 영향 ‘9%’…미세먼지 한반도 정체돼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6년 5월부터 약 40일간 한반도 대기질을 관측하는 합동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로 2017년 7월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예비종합보고서가 발표됐다.
연구팀은 올림픽공원 상공에서 대기오염 관측장비가 탑재된 DC-8 항공기를 이용해 국내 대기오염 기여도(Regional Contributions)를 파악했다. 올림픽공원을 기준으로 북한에서 오는 대기오염 수준은 9%였다. 기여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52%를 차지한 한국(남한)이었다. 보고서는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동 기간 발생한 미세먼지 오염 중 대략 반은 국내에 그 원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7%), 산둥(22%), 상하이(5%)를 모두 합쳐 34%였다. 일본, 서해 등 기타 지역은 5%를 차지했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북한이 남한의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국의 기류가 북한을 한 번 거치고 남한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 북한에 축적된 오염 물질이 일부 섞여서 남한으로 넘어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9%가량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 “북한이 공식적으로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고, 추정치로 확인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세먼지 북한 영향…대체로 사실
석탄과 나무 등의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생활상으로 인해 북한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WHO가 발표한 ‘10만 명당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에서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국립환경과학원 공동 연구팀은 북한 대기오염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9%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공식 자료가 없다는 점, 대부분 추정치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큰 주제인 '북한의 오염물질이 남한의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스냅타임 팩트체크는 “미세먼지가 북한에서도 많이 내려왔다”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대체로 사실’로 판단했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