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은행권 우회대출]가계대출 영업 막히자 사업자대출 편법 기승

주택담보대출 등 규제 강화했는데
자영업자대출 되레 가파른 증가세
개인사업자·가계대출 구별 어려워
은행들 자영업자에 편법 영업 강화
  • 등록 2018-08-31 오전 5:00:00

    수정 2018-08-31 오전 5:00:00

경기둔화와 경쟁격화, 최저임금 상승 등 경영환경이 악화하자 폐업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 행인이 서울의 한 비어있는 상가에 붙은 임대 문구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2년전 임차해 운영하던 상가건물을 매입하면서 상호금융기관으로부터 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여기에 주택구입을 위해 일부 부족한 자금을 은행 개인신용대출로 5000만원을 받았다. 식당 운영을 하면서 비상자금형태로 마이너스통장도 3000만원 한도로 받아 놓은 상태였던 A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한도 연장 심사에서 한도가 줄어들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급해진 A씨는 사업자 명의로 돈을 빌려 쓸 수 있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개인사업자를 내고 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규제로 가계대출이 어려워지자 자영업자 대출로 우회 대출하는 영업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 자영업자대출 감독강화를 밝힌 금융당국을 비웃듯 자영업자대출은 되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보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도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로 추정되는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자영업자 부실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중소기업·개인사업자(SOHO) 대출 규모는 총 617조6420억원에 달한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각각 404조 1440억원, 213조4980억원이다. 특히 은행별 개인사업자 대출은 1년새 평균 12% 넘게 급증했다. 이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옥죄자 자영업자가 사업자 명의로 돈을 빌려 쓸 수 있도록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편법으로 영업을 강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사실상 가계대출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금리인상 및 경기 둔화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 영세 자영업자 등이 사업자 명의로 부족한 사업비와 생계비 등을 빌리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 취급기관 2분기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대출 잔액은 190조8000억원으로 1분기 말에 비해 6조원 증가했다. 이 같은 분기당 증가 폭은 관련 통계가 나온 2008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도소매업 대출이 4조2000억원 늘었고 음식·숙박업 대출은 1조8000억원 늘었다. 창업이 늘어나면서 대출이 확대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지만 일부 생계자금 등으로 흘러갔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업종에 영세 자영업자가 많고 생존률이 낮다는 점에서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음식점 등 다소 영세한 생계형 자영업자는 대출을 받아 가계대출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대출 원리금 상환을 압박할 수 있는 금리인상뿐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폐업이 늘면서 개인사업자대출이 우리 경제의 부실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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